[최근도의 이해] 부모가 된다는 것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4. 10.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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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아빠가 됐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안아 달라고 울고, 내게 모든 걸 의지하는 나의 아이가 걸음마를 내딛고 말을 하면서 한 걸음씩 내게서 멀어져 갈 것이다.

다만 그때서야 자신의 부모가 바라봤던 방향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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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아빠가 됐다. 막달이 될 때까지 정말 많은 걱정을 했다. 확신이 없었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 그런 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3㎏ 남짓한 작은 생명체가 보여주는 모든 손짓과 발짓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빨갛다. 얼굴도 부어 있다. 나는 한때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신생아는 그다지 귀엽지 않다고 불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품에 안은 내 아이는 너무도 예쁘게 느껴졌다. 아이를 모든 힘을 다해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조금은 서운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배 속에선 엄마 없이 살지 못한다. 산소와 영양분 모두 엄마에게 의존한다. 아내는 나와 달리 10개월 전 이미 아이를 키워온 셈이다.

세상에 나오면서부터 아이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숨을 쉬어야 한다. 숨쉬기와 영양분 섭취를 엄마에게서 독립한 것이다. 출산은 아내에게 있어선 가장 가까웠던 작은 생명체가 본인에게서 몇 걸음 떨어져 나간 사건이다.

육아의 시작점에 서 보니 정신이 몽롱하다. 아이를 돌보느라 잠이 부족하다. 갓 태어난 아기는 너무 약하고 불완전하다. 대략 2시간을 주기로 아이를 돌보게 된다. 새벽에 품에 안고 수유를 하다 보면 해가 뜬다. 밤은 너무 짧다.

아내가 말했던 서운함을 요즘에 조금은 알 것 같다. 안아 달라고 울고, 내게 모든 걸 의지하는 나의 아이가 걸음마를 내딛고 말을 하면서 한 걸음씩 내게서 멀어져 갈 것이다. 육아는 아이를 부모에게서 독립시키는 과정이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종종 묘한 감정이 든다. 나를 낳았던 시점의 아빠와 같은 시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는 항상 거대한 존재로 느껴졌다. 그 앞에 어리석은 존재였던 내가 아빠가 됐다는 사실에 오묘한 감정이 든다.

아이를 낳고 아빠가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가 내게 했던 행동들에 공감이 갔다. 멀게만 느껴졌던 부모님이 이제 좀 가까이서 보이는 듯했다. 육아는 멀어지는 과정이라지만, 사실 태어나고 지난 30년의 삶에서 나는 오히려 아빠에게 조금씩 가까워졌던 게 아닐까.

부모와 아이의 길은 나선형 계단 같은 궤적을 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를 땐 시작점을 등지고 떠나지만 반을 돌고 나면 마주 보고 돌아오게 된다. 시작점에 서 있는 부모는 한 걸음씩 멀어져 가는 아이를 보며 아쉬워한다. 하지만 부모를 등지고 길을 나섰던 아이는 다시 부모를 보는 방향으로 돌아온다.

물론 아이가 도착한 층은 부모와 다르다. 그 한 층 위에서 자신의 아이를 부모의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다만 그때서야 자신의 부모가 바라봤던 방향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신기하게도 나와 아내를 모두 많이 닮았다.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것만 겪게 하고 싫은 것을 피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아이는 비슷한 궤적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산다. 본인의 의지로 계단을 오를 것이다. 어떤 길을 돌아 나와 같은 방향에 서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최근도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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