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소통] '흑백요리사'의 4인4색 리더십

2024. 10.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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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방임형, 결정적 순간 취약
서번트형, 서로 보살피며 윈윈
나를 따르라, 문제제기 어렵고
햄릿형, 고민만하다 끝나 답답
지금 통하는 리더십 배워야

서바이벌 게임 '흑백요리사'를 이제야 '빈지(binge) 와칭'했다. 넷플릭스가 생긴 이후 나타난 미디어 소비 행태인 '한꺼번에 몰아보기'를 뜻하는 용어인데, 열풍이 조금 가라앉은 뒤에 보는 것은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나만의 관점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안성재의 "고기가 이븐하게 익지 않았어요"가 밈으로 쓰일 정도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남긴 12부작 프로그램 중 특히 주목한 것은 6화와 7화 두 편. 스타 요리사 '백수저' 20인과 재야의 요리사 '흑수저' 80인이 겨루는 음식 대결로, 이 두 편은 팀 대결이었던 까닭이다.

고기를 재료로 한 흑팀과 백팀, 생선을 재료로 한 흑팀과 백팀 등 4인 4색 리더십이 등장한다. 리더로 선정된 이는 한 배에 탄 자존심 강한 요리사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고 성과를 내는지 관심 포인트였다. 먼저, 고기를 재료로 한 대결은 스타 요리사가 모인 백팀의 일방적 승리 예상과 달리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백팀의 요리사들이 저마다 개성이 강하다 보니 모래알 조직이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지시하는 사람이 두세 명 되니까 새우 등이 터지는 격이었어요." 백팀의 여성 셰프는 업계에서의 평판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선출됐는데, 자율에 맡기는 유형. 평화로울 때는 빛을 발하겠지만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는 비상 상황에서 '알아서 해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시작할 때 어떤 요리를 하는지 정확하게 얘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요." "말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는 산으로 갔어요."

반면 흑팀을 이끈 '트리플 스타'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나이 든 팀원들을 보살피면서 메뉴 선정, 역할 분담, 테이블 세팅에 이르기까지 전체 그림에 집중하다가 디테일에 문제가 생기면 달려가는 스타일이었고 팀원들도 손발이 잘 맞았다. 결과적으로 무명의 흑팀 '서번트 리더십'이 스타로 이뤄진 백팀의 '자유방임 리더십'에 맞선 멋진 승부였다.

생선을 재료로 한 흑백팀의 경연은 '나를 따르라' 리더십과 햄릿형 리더십의 대결이었다. 명성은 백수저에 뒤질지 몰라도 실력만큼은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는 요리사들이 많았던 흑팀의 리더에 뽑힌 이는 경험 많은 셰프, 그러나 상대방 백팀의 상황 변화가 생길 때마다 자체 메뉴와 레시피에 대한 확신이 줄어들고 불안해한다. "저희가 뽑은 리더이기는 하지만 감정에 많이 휘둘리는 리더"라는 지적이나 "리더가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혹은 '앞으로 가'라는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팀장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어요"라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민 많은 '햄릿형 리더'였다는 주장이다.

생선 재료의 백팀은 스타 최현석 셰프가 팀장을 맡았는데, 자신의 명성을 앞세워 '나를 따르라' 유형의 리더였다. "주방에서 셰프보다 더 높은 것은 재료입니다. 재료 선점 능력이 셰프 능력의 절반 이상 차지해요." 가리비 등 식재료를 선점한 뒤 메뉴를 정하는 등 시작부터 자신감이 넘쳤지만, 백악관 국빈 만찬에도 참가한 셰프 에드워드 리가 "팀워크는 좋았지만 아무도 요리의 맛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라고 이견을 제기한다. 가리비 개수를 잘못 계산해 문제가 생기고 대안을 제시해도 'No, no! Trust me(안 돼요, 나를 믿어요)'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일반 평가단에게는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전문 심사위원에게는 그렇지 못한 평가를 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에드워드 리의 말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때로는 팀장이 너무 고집스러울 때도 있지만, 리더를 뽑았다면 그를 믿고 따라야 합니다." 4인 4색 팀장은 생생한 리더십 교재다. 완벽한 리더는 없다. 당신은 어떤 리더십을 수용할 것인가? '흑백요리사'는 묻는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 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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