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생각을 고치는 사람, 못 고치는 사람

2024. 10.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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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dogma)는 한 개인 또는 단체 안에 자리 잡은 부동의 견해나 절대적인 신념을 뜻한다.

문제는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하는 이를 끌어안지 못하고 쫓아내기만 하는 세계는 결국 고여서 썩는다는 점이다.

"정정은 공동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흔들고, 성원을 확대한다. 어떤 공동체도 내부의 올바름에 갇혀 외부 참여를 배제하기만 해서는 멸망한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독단에 빠져 자기 생각을 고치지 못하는 이들 역시 반드시 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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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dogma)는 한 개인 또는 단체 안에 자리 잡은 부동의 견해나 절대적인 신념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이 말은 참이라고 믿는 의견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고집이나 독단을 뜻하는 말로 변했다. 자기 생각을 확고한 사실이나 불변의 진리로 믿는 사람과는 대화가 어렵다. 이들은 타인이 옳은 말을 해도 귀 기울이지 않고, 화내기 일쑤다. 독단적인 사람들이 공론을 분탕질하면 전체가 삿된 길에 빠진다. 자기를 고집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쟁이 리더는 공동체를 패망에 이르게 한다.

'정정 가능성의 철학'(메디치미디어 펴냄)에서 일본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고쳐 쓸 가능성을 받아들일 때 개인도, 사회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2+2=4라고 믿는다. 그러나 누군가 2+2=5라고 주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선 안 된다. 어느 날 한 천재 소년이 + 다음에 똑같은 숫자가 나오면 1을 더하는 게 왠지 더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정답을 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답은 언뜻 황당하다. 엉뚱한 답을 한 아이는 가위표를 받고, 더하기를 받아들이라고 정정된다. 2+2=5를 끝까지 고집하면, 더 이상 더하기 공동체에 속할 수 없다. 문제는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을 하는 이를 끌어안지 못하고 쫓아내기만 하는 세계는 결국 고여서 썩는다는 점이다. '채식주의자'에서 한강은 모두가 육식을 즐기는 세계에서 채식을 선택한 한 여성을 통해서 그 억압과 배제의 무자비한 폭력성을 보여주었다.

독단의 세상에서 개인의 숨통은 가로막히고, 자유는 억압된다. 2+2=5인 세계가 아예 불가능하다면, 천동설 세계에서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떠올리는 일도 없었을 테다. 아즈마는 말한다. "정정은 공동체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흔들고, 성원을 확대한다. 어떤 공동체도 내부의 올바름에 갇혀 외부 참여를 배제하기만 해서는 멸망한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독단에 빠져 자기 생각을 고치지 못하는 이들 역시 반드시 파멸한다.

공동체 전체를 지배하는 하나의 생각은 가능하지 않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규칙, 즉 전통, 관습, 가치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굳건한 이념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세대에 따라 달라지며 개인마다 차이 난다. 도그마에 집착해서 낡아빠진 과거에 붙잡히기보다 나의 정정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아즈마는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잘못을 저지른다. 그래서 바로잡는다. 또 잘못을 저지른다. 이런 연쇄가 산다는 일이고 책임을 진다는 일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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