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의 조공방송, KBS는 용산방송 됐다”…기자들 반대 ‘줄성명’

박강수 기자 2024. 10. 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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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한국방송(KBS) 앵커가 차기 사장 후보자로 최종 낙점되자 한국방송 내부에서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했으며, '뉴스 9' 앵커에서 사장으로 직행한 박 후보자는 그 핵심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48기 기자들 역시 "후보자가 '조공 방송'을 자처하는 사이, 국민의 신뢰와 함께 기자로서의 자존감도 무너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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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앵커’ 논란 박장범 사장 최종후보 반발
지난 2월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 장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왼쪽) 한국방송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기수별 ‘박장범 후보자 반대’ 성명.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제공

박장범 한국방송(KBS) 앵커가 차기 사장 후보자로 최종 낙점되자 한국방송 내부에서 기자들의 ‘반대 성명’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한겨레가 파악한 한국방송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은 9개(오후 4시 기준)다. 34기(2008년 입사)부터 50기(2023년 입사)까지 연차 2∼17년 차 기자들이 사내 내부 게시판 ‘코비스’를 통해 박 후보자 반대 성명을 게재했다. 전날 밤 “‘파우치 앵커’ 박장범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45기 성명을 시작으로 줄줄이 규탄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년간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했으며, ‘뉴스 9’ 앵커에서 사장으로 직행한 박 후보자는 그 핵심 책임자라고 주장했다. 막내 기수인 50기 기자들은 “요즘 현장에서 ‘케이비에스는 못 하잖아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케이비에스를 어떻게 믿고 자료를 주느냐’라고 묻는 수많은 취재원에게 우리는 ‘보도할 수 있다’라고 당당하게 답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한국방송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기수별 ‘박장범 후보자 반대’ 성명.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 제공

46·47기 기자들은 “(박 앵커가) 리포트와 무관한 앵커 멘트를 넣거나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일도 많았다”라며 “종일 발로 뛰며 확인한 팩트가 훼손될 때마다 자괴감을 느꼈다. 취재원과 시청자의 질타를 받는 것은 우리 몫이었다”라고 말했다. 45기 기자들은 “우리는 현장에서 ‘케이비에스 기자’가 아니라, ‘용산방송 기자’라는 비판을 들으며 일하고 있다”라고 했다.

지난 2월 박 후보자가 진행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당시 박 후보자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설명하며 “파우치, 조그마한 백”이라는 표현을 고수하여 ‘권력 심기 경호 방송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이번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제품명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해당 상품명은 ‘디올 파우치’”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 장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37·38기 기자들은 “‘(대통령이) 명품백 수수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어떤 조처를 했는지’,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박 앵커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핵심을 비껴간 것을 넘어 대통령 입장을 대변했다. ‘기자인지, 대통령실 견학생인지 모르겠다’는 성토가 기자들 사이에서 쏟아졌고, 다들 부끄러움에 치를 떨었다”라고 했다.

42기 기자들은 “박 후보자는 경영계획서에서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되 데스크 기능을 강화해 중립성을 훼손한 경우 문책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부인의 금품 수수 논란과 관련해 중립성을 훼손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일선 기자의 제작·보도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권 비판 등 특정 보도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권력에 질문하지 못하는 자는 기자가 아니다”라고 썼다.

48기 기자들 역시 “후보자가 ‘조공 방송’을 자처하는 사이, 국민의 신뢰와 함께 기자로서의 자존감도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이미 위기인 케이비에스에 (박 후보자가) 얼마나 더 큰 좌절감을 안길지 벌써 두렵다. 우리는 박장범 앵커를 사장 후보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 케이비에스 뉴스 ‘추락의 얼굴’이었던 그가 ‘케이비에스의 얼굴’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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