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공공기관일까요? 아닐까요?[경제뭔데]

윤지원 기자 2024. 10. 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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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금웅감독원은 공공기관일까요,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모호하다’일 것입니다. 표면상으론 민간기구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공공기관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리,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공매, 두산밥캣 합병 등 다양한 사안에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 위원장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며 금감원의 정체는 더 묘해졌습니다. 일각에선 이럴바에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매년 되풀이되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
국감 앞두고 예정처 “지정 필요성 있다”

금감원은 법률상 ‘무자본 특수법인’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위임에 따라 감독·검사 및 제재 등 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구란 이야기입니다.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정권이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제외된 뒤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주장은 거의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감원 공공기관화’ 이슈를 다시 띄운 건 국회 예산정책처입니다. 예정처는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4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서 “지난해 말 기준 금감원의 정부 지원액 비율은 약 96.79%로, 공공기관 운영법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지정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아 얻는 수입액이 전체 예산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은 공공기관 지정 가능 대상인 점에서 금감원은 명백한 공공기관이라는 의미입니다.

‘질주마’ 이복현 원장 스타일에 여야 ‘통제’ 언급

‘금감원의 공공기관화’ 주장은 단순히 관련 요건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업무 운영상 금융위와 금감원, 정부부처와 민간기구가 수직적으로 나뉜 체계는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을 낸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미 2012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금융위는 자본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금감원은 자본금으로 보며 시장에 혼란을 만든 일도 있습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당시 감독 업무를 가리키며 “(금감원의) 예산과 감독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는데 정부 예산을 받아서 운영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요건상으로 보면 (공공기관 지정의)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감원 업무는 ‘감독 서비스’라는 부분이 있어 일반 정부 기관과 하는 일이 좀 다른 차원이 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말했습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는 것은 또 하나의 변수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마찰을 빚는다면 그 자체로 금융시장은 흔들립니다. 실제로 최근 ‘대출금리’를 놓고 두 기관이 노골적으로 부딪힌 적도 있죠.

이 원장이 지난 8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관련해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며 은행권을 강하게 저격했습니다. 이에 김병환 위원장이 9월 긴급 브리핑을 열고 “가계부채를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 원장이 발언한) 시장개입”이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이 원장의 행보를 제동하고 나선 겁니다.

이번 국감에선 이 원장의 스타일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종합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메시지 부적절성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위임하는 검사·감독 업무만 담당하게 돼 있지만 마치 자기가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말로 다 하고 월권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도 “금감원장의 빈번한 구두 개입이나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메시지 등은 금감원 재량권을 넘는 행위이자 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야당에선 금융위-금감원 합치는 안 주장

그렇다면 진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까요?

일단 금감원 안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금감원 직원은 “결국 원장 스타일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통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며 “지금도 실질적으로 금융위의 예산 통제를 받는데 공공기관 지정으로 기재부로 예산 통제가 바뀐다고 실질적인 차이가 생길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또 다른 금감원 직원은 “수직적 체계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충분히 문제가 있다”며 “두 기관이 하나가 되는 건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작성된 ‘금융감독기구 체제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편방향’ 보고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합친 ‘민간조직’을 만들자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두 기관을 합치되, 금융건전성감독 기능과 영업행위감독 기능은 나눠 서로 상충할 수 있는 역할이 각각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법안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등 야3당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같은 내용의 금융위·금감원 통합(기능 분리) 안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금감원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 원장이 얼마나 돌출 행동을 계속할지에 달리지 않았을까요.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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