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방큰돌고래 지킨다…연말까지 ‘해양생물보호구역’ 지정

김지숙 기자 2024. 10. 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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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돌고래 서식지인 제주 김녕·대정 2곳에
“관광 선박 모니터링단 등 운영 가능할 것”
제주 연안에서 힘차게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 무리. 해양수산부 제공

멸종위기종인 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인 제주 연안이 올해 말까지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돌고래 선박 관광, 풍력발전 개발, 해양생물 포획과 바닷모래·토석 채취 행위 등이 제한돼 돌고래 생태 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해양수산부 설명을 들어보면,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제주 구좌읍 김녕리 해역(7.06㎢)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해역(2.36㎢) 등을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두 곳은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로, 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시한 ‘돌고래 서식 실태 모니터링’에서 이 두 곳에서 발견된 돌고래는 최대 100여마리 이상으로 집계됐다. 대정읍 신도리는 지난 2022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정부는 보전 대상에 따라 해양생태계·해양생물·해양경관·해양습지 등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해 왔다. 현재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토종 돌고래’ 상괭이의 서식지인 경남 고성의 하이면 인근 해역과 점박이물범이 살고 있는 충남 태안·서산의 가로림만 해역 등 2곳이다. 남방큰돌고래는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는데, 이번에 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세 번째로 해양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승선한 관광 선박이 남방큰돌고래를 보기 위해 남방큰돌고래에 근접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보호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제27조에 따라, 공유 수면 구조 변경·바닷모래 채취 등의 임의적인 개발 행위가 금지된다. 또 돌고래에게 너무 가깝게 접근해 소음·부상·스트레스 등의 피해를 일으켰던 해상 관광 선박 단속도 좀 더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다.

현재도 관련 법령은 관광 선박이 돌고래 반경 50m 접근을 금지하고, 300m 이내에 선박 3척이 동시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할 감독·신고 체계가 미비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보완 요구가 제기돼 왔다.

신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시민 모니터링단이나 생태해설사, 해양선박 감시단 등을 운영해 ‘시민 감시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갯벌이나 습지 등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운용 중이라고 한다.

해양생물보호구역은 관할 시·도지사 및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해양수산부 장관이 확정·고시할 수 있다. 신 과장은 이번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 지정과 관련해 “지난 8월 제주 지역주민 설명회를 마치고, 현재 관계 부처인 환경부와 국토부와 협의 중인데 주민·부처 모두 보호구역 지정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관계 부처 협의를 마치고 12월까지 새 해양생물보호구역을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도. 해양수산부 제공

다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 ‘제주 남방큰돌고래 생태 허브’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못한 점을 두고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 “기획재정부가 해상 선박 관광을 대신해 육상 생태관찰, 돌고래 보전 연구·교육을 진행할 ‘생태 허브’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다”며 “기재부가 고래류 관련 예산을 몇 년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액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서식지 파괴, 선박 관광, 폐어구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현재 12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인간의 활동으로 부리나 지느러미가 다치거나 낚싯줄에 몸이 걸려 피해를 입는 사례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새끼 돌고래 ‘종달’은 지난해 11월 몸에 낚싯줄과 낚싯바늘이 걸려 고통받다가 지난 8월 10개월 만에 풀려난 바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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