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내기 시작한 日 군사강국 야욕···경항모 2척 개조·군사훈련 확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경항모 탑재 F-35B, 42대 구매 예정
최근 유럽 국가와 공동연합훈련 실시
일본 방위비 5년 만에 2배 가량 증가
일본 방위성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加賀)함에서 미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의 이·착륙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와서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헬리콥터 탑재 호위함(DDH)이 사실상 경항공모함으로서의 제1차 특별개조공사를 완료하고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해상자위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앞바다에서 F-35B가 가가함에서 첫 이착륙을 했다고 보도했다. 가가함은 다음 달 18일까지 이·착륙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격납고 수납 등의 시험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가가함은 호위함 이즈모와 함께 개수를 통해 사실상의 항공모함으로 운용될 전망”이라며 “해양에 진출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대처력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해상자위대는 2021년에도 일본 최초의 경항공모함 이즈모함에서도 F-35B의 이·착륙 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해상자위대 소속 호위함 중 최대 규모인 이즈모급(전장 248m·기준배수량 1만9950t) 선도함 ‘이즈모’와 2번함 ‘가가’ 등 호위함 2척을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경항모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2018년 발표한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경계감시 및 유사시 방공태세 강화는 물론 해양 활동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위함 이즈모급 2척을 항공모함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일본 방위성은 올해 안에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F-35B를 도입해 12월에 항공자위대의 미야자키현 뉴타바루기지에 임시 F-35B 비행대를 신설할 예정이다. 방위성은 ‘이즈모’와 ‘가가’에 실을 F-35B 42대를 미 록히드 마틴에서 구매할 계획이다. 다만 선제공격 논란을 피하고자 상시 탑재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에 다라 이즈모함에 이어 가가함 두 척 모두 경항공모함화가 완료될 경우, 핵전력을 제외한 재래식 전력 면에서 사실상 세계 3위권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해군 전력은 더욱 강력한 공격능력을 갖춘 막춘 해상자위대로 변모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최신예 4, 5세대 전투기 보유량이 1080대로 일본(309대)의 3.5배에 달하는 것은 물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殲·젠)20’의 실전배치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F-35B를 앞세워 중국에 맞설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호위함을 경항모로 바꾼 사실상 공격형 항모로 볼 수 있어 전수방위 원칙을 담은 현행 헌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다용도 운용모함(경항모)은 ‘전쟁 포기와 전력 불(不) 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에 어긋나는 공격형 항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경항공모함 개조에 이어 유럽 국가들과 공동 연합훈련에 나서는 등 대외적 군사적 움직임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일본 주변 지역에서 일본 자위대와 해외 주요 군사강국과 군사훈련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를 비롯해 중국의 군비 확장 등 동북아 지역 안보 우려가 커지자 대응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군사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초부터 지난 18일까지 14개국이 일본 해상·항공 자위대와 국가 간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동맹국인 미국과 준동맹 관계인 호주, 영국과의 공동 훈련 실시 횟수가 이전보다 증가하기는 물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참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국가 간 공동 군사훈련 참가국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로 늘었고, 일본 주변에서 훈련한 횟수는 30회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당장 지난 9일 네덜란드 해군의 프리깃함은 일본 남쪽 규슈 주변 해역에서 해상자위대와 첫 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미국 하와이에서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해상 훈련인 ‘2024 환태평양훈련(림팩)’ 참가에 앞서 일본 주변에 먼저 들러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터키 해군은 일주일 뒤인 지난 8월 16일 일본 관동 주변 해역에서 해상자위대와 함정 이동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같은 달 하순에는 이탈리아 해군 경항공모함이 일본을 찾았고, 독일 해군의 프리깃함도 일본 자위대와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에는 프랑스와 스페인도 자국 전투기를 파견해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과 유럽의 군사 훈련 강화는 2021년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계기였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주요 의제로 다루며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며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에 유럽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기”라고 짚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북한과 러시아의 결속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며 양국이 급속도로 가까워 동북아 정세의 군사적 우려가 커진 만큼 견제를 위한 군사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신문은 “유럽은 북러 밀착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며 “일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부터 2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며 유럽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사강국으로 가기 위한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일본은 2012년 아베 정권 이후 매년 방위비를 늘리면서 방위비가 계속해 사상 최고치 기록하고 있다.
실제 일본이 내년 방위비로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전망이다. 요미우리신문·아사히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최근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비 예산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은 8조 5389억 엔(약 78조 2000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보다 7.4% 많은 규모다. 현 추세로 봤을 땐 2027년엔 10조 엔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5년 만에 2배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주요 국가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증액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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