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믿는 도끼였는데 발등 찍히나… 풀 죽은 강민호-박병호, 살아나야 삼성이 기적 만든다

김태우 기자 2024. 10. 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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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시리즈 들어 9타수 무안타의 침묵에 빠져 있는 박병호가 살아나야 삼성 타선의 폭발력도 불이 붙을 수 있다. ⓒ곽혜미 기자
▲ 1차전과 2차전에서 나쁘지 않은 타격감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강민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삼성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투·타 조화는 물론, 시즌 전 프리뷰에서 물음표였던 젊은 야수들이 대활약하며 신·구 조화까지 이뤘다. 이 조화의 힘은 삼성이 정규시즌 2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 선수단을 이끄는 선수들이 바로 강민호 박병호 구자욱과 같은 선수들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을 끌고 갔다. 솔선수범한 성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팀의 베테랑 포수인 강민호는 시즌 136경기에서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1을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하며 삼성의 뼈대를 제대로 지탱했다.

구자욱은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다. 원래 잘 치던 타자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돼 최고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내밀었다. 구자욱은 시즌 129경기에서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 OPS 1.044를 기록하며 삼성의 2위 수성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시즌 중 kt와 트레이드로 영입된 박병호도 팀의 장타력에 한 몫을 거들어다. 박병호는 트레이드 이전 44경기에서 타율 0.198, 3홈런, 10타점, OPS 0.638에 그쳤다. 그러나 트레이드 이후 76경기에서는 타율 0.245, 20홈런, 60타점, OPS 0.839를 기록하며 삼성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 선수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굉장히 중요했다. 삼성의 대다수 야수들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아예 없거나 혹은 일천하다. 근래 4년간 삼성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2021년 딱 한 번이었기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은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아무래도 공기가 다르다.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들을 든든하게 끌고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박병호야 포스트시즌 경험이 워낙 많은 선수다. 강민호는 한국시리즈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경력은 남부럽지 않은 선수였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세 선수의 공헌도가 미비하다. 구자욱은 아예 부상으로 이탈해 한국시리즈 1·2차전에 모두 뛰지 못했다. LG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 무릎을 다쳤다. 일본까지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선발로 출전할 만한 몸 상태가 안 된다. 선발로 나가려면 수비와 주루까지 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지명타자로 나가려고 해도 주루는 받쳐줘야 한 경기를 뛸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는 그런 상태도 안 된다는 게 박진만 삼성 감독의 한숨이다.

박병호의 방망이도 풀이 죽었다. 비교적 풍부한 한국시리즈 경험과 별개로 활약상이 썩 좋지는 않았던 박병호는 1·2차전 합계 9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삼진만 네 개였다. 한 번도 출루를 못했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침묵하기도 했다. 특히 시리즈의 분수령으로 여겼던 1차전 6회 1사 1,2루 찬스에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가 중심타선의 마지막에서 해결사 몫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몫을 못한 것이다. 삼성 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였다.

감격의 첫 한국시리즈를 맞이한 강민호는 2경기에서 타율 0.286을 기록했다. 7타수 2안타에 2루타 하나를 기록했다. 타격감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1·2차전에서 믿었던 수비가 문제를 일으켰다. 상대 뛰는 야구를 제어하지 못했고, 송구 실책 두 개가 나오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베테랑 선수라고 해도 한국시리즈의 중압감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 여러 투수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강민호가 안정된 투수 리드와 수비력으로 버텨줘야 삼성도 기사회생의 발판을 놓을 수 있다. ⓒ곽혜미 기자
▲ 박병호는 KIA 3차전 선발로 예고된 에릭 라우어를 상대로 홈런과 2루타를 기록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모두 이기고 2승으로 시리즈를 시작한 팀이 최종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른 사례는 총 90%에 이른다. 전례를 봤을 때 삼성으로서는 10% 확률만 남은 셈이다. 1~3차전을 모두 이기고 3승 무패로 남은 시리즈에 임한 팀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르렀다. 삼성은 3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긴다면 심리적인 부담은 KIA 쪽으로 향한다. 삼성은 에이스 원태인이 4차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1승2패만 만들어놓으면 4차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1승, 1승이 시리즈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가운데 삼성으로서는 2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릴 3차전이 매우 중요하다.

딱히 다른 선수를 넣을 선택지도 많지 않다. 강민호 박병호는 3차전에도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KIA 선발로 예고된 에릭 라우어를 상대로도 강했다.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기억이 좋다. 박병호 강민호는 올해 라우어와 맞대결에서 각각 홈런 하나씩을 쳤다. 박병호는 2타수 2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안타 두 개 모두가 장타(2루타 1개·홈런 1개)이기도 했다. 강민호도 2타수 1안타였다. 이날 우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선수의 장타와 해결사 본능이 발휘되어야 삼성이 살 확률이 높아진다.

선발로 나서는 대니 레예스가 올해 KIA를 상대로는 약했다. 레예스가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양상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는 건 보수적인 관점이 아니다. 결국 삼성도 방망이로 맞불을 놔야 한다. 한편으로 하루 휴식일이 있었던 만큼 양팀 모두 투수들이 총출동할 가능성이 높다. 투수들을 잘 리드해야 하는 강민호의 어깨도 무겁다. 한편으로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찬스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구자욱의 타격감이 이어져 있을지도 이날 경기를 보는 하나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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