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로씨야’에 간 이유 [The 5]

송경화 기자 2024. 10.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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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연말까지 1만명 넘는 북한군이 움직일 거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요.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가 뭔지, 무엇을 참전으로 봐야 하는지 모호했거든요.

근데 북한은 왜 위험한 전장에 군대를 보내려는 거예요? 권혁철 기자: 명분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러시아 형제를 돕는다'는 것일 테고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 기술을 넘겨받고 싶은 의도도 있을 거로 추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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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북한군 러시아 파병 논란
지난 23일 북한의 어느 비공개 장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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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국정원의 발표 닷새만인 지난 23일(현지시각) 미국이 러시아에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우리는 10월 초순과 중순에 북한이 적어도 병력 3천명을 러시아 동부로 보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하원이 북-러 군사동맹을 부활시키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한 일을 두고서도 “우리가 무엇을 할 지는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북한군은 정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뭘 할 수 있을까요? 권혁철 통일외교팀장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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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1] 북한군이 러시아 어디로 갔다는 거죠?

권혁철 기자: 국정원에서 북한군이 갔다고 지목한 곳은 러시아 연해주 쪽이에요. 여긴 우크라이나 전선과는 떨어진 동네거든요. 국정원은 북한군이 일단 여기서 준비해서 향후 전선으로 투입된다고 보는 건데요. 그렇게 된다면 파병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 전 단계예요. 물론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는 있죠.

백악관도 북한군의 존재가 우크라이나 전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북한군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어요. 러시아에서 북한군이 뭘 하는지 일단 지켜보는 거죠. 실제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해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베리아 후방 기지에서 러시아군을 돕는 임무를 할지가 중요해요. 파병의 규모나 실제 수행할 임무, 배치 지역에 따라 위협의 정도가 달라지니까 미국도 그에 맞춰서 대응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보여요.

[The 2] 푸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공식화하지도 않았어요. 왜 그럴까요?

권혁철 기자: 일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 파병설을 공론화한 건 지난 13일이었어요. 서방 파트너들도 새로운 대처와 결단을 해달라고 촉구한 거예요. 지금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돈은 대주지만, 병력은 안 보내고 있거든요. 그건 러시아와의 직접 대결을 의미하니까요.

(처음부터) 러시아는 (자국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 아닌 ‘특수군사작전’이라 불러왔어요.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며 침략전쟁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거죠. 이 논리라면 북한이 침략전쟁에 동조한다는 지적도 러시아 입장에선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주권국가인 러시아와 북한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인데 왜 한국이 뭐라고 하느냐, 한국은 관심 꺼라, 이런 태도죠.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지난 18일(현지시각) 엑스(X)에 올린 영상.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장면. 동영상 갈무리

[The 3] 국정원은 연말까지 1만명 넘는 북한군이 움직일 거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권혁철 기자: 두고 봐야 해요. 저는 지난 18일 나온 국정원 보도자료를 보면서 ‘이렇게 단정적으로 내도 되나’ 싶었어요. (대규모 파병이라는) 판단의 구체적인 근거가 뭔지, 무엇을 참전으로 봐야 하는지 모호했거든요. 사실과 의견이 섞여 있었고요.

예컨대 근거로 내놓은 사진을 보면 (러시아에서 찍혔다는 북한군의 사진이) 무장한 군인인지 민간 인력인지 알 수 없어요. 북한 특수부대가 갔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이 사람들의 임무가 뭔지, 단계별로 따져볼 대목이 많은데 국정원은 일단 뭉뚱그려서 ‘참전’이라고 못을 박았죠.

[The 4] 2년 넘게 이어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군은 8만명, 러시아군도 최대 20만명 숨졌다고 해요. 근데 북한은 왜 위험한 전장에 군대를 보내려는 거예요?

권혁철 기자: 명분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러시아 형제를 돕는다’는 것일 테고요. 북한 입장에서 가장 좋은 점은 북-러 관계, 군사 동맹을 확장하는 거예요. 동맹은 공동의 적에 대해서 같이 싸우는 거잖아요. 이번에 러시아가 어려울 때 우리가 싸워줬으니까, 북한이 어려울 때 러시아에 ‘너희도 싸워달라’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즉,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질 때를 대비해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보장받는 것이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 기술을 넘겨받고 싶은 의도도 있을 거로 추정돼요. 북한은 핵 능력을 완비했다고 주장하지만, 우린 그렇게 보지 않고 있거든요. 러시아가 핵 관련 핵심 기술을 넘겨주면 북한은 난관을 단박에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그런데 러시아가 넘겨줄지에 대해선, 가능성이 낮다고 봐요.

경제적 이유도 있겠죠.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외국인 용병을 받아주고 있거든요. 급여로 한 달에 300만원 정도를 주고 있고요. 북한의 경제 수준에서는 꽤 괜찮은 대가라 할 수 있어요.

[The 5]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는데 우리는 뭘 해야 해요?

권혁철 기자: 사실 우린 대응할 게 크게 없어요. 대러 관계가 좋다면 협상 카드가 많은데, 대러 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잖아요. 마찬가지로 남북 관계에서 접촉면이 많으면 북한에 쓸 카드가 많은데, 관계가 아무것도 없으니 쓸 수 있는 게 없죠. 그나마 남은 카드 중 가장 유력한 게,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는 거예요. 북한이 계속 그러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는 거죠. 어찌 보면 마지막 카드인데요. 지난 22일 대통령실에서 공격용 무기 지원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히며 그 카드도 깐 상태예요.

남북관계는 지금으로선, 더 좋아질 게 없어요. 정면충돌만 안 했으면 좋겠다, 일종의 상황 관리 정도라도 잘 유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남과 북의 지도자들의 위기 관리 인식이 부족해서 걱정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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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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