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퇴직연금 수수료 1.4조 챙긴 금융사들…연금 수익률은 2%대

KB국민銀 가장 많은 1774억원 챙겨…이어 신한銀·삼성생명·하나銀 순
자산 관리·펀드 소개 등에 대한 대가… 수익률은 국민연금比 4분의 1 수준

(시사저널=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의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지난해 운용 수수료로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금융감독원이 통합연금포털에 올린 '퇴직연금 비교 공시' 자료에 따르면,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42개 금융사(보험사 16개·은행 12개·증권사 14개)가 2023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연간 수수료 수입은 1조4211억8600만원에 달했다.

상위 10개 금융사 중에선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1774억19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이어 신한은행(1699억1300만원), 삼성생명(1419억2800만원), 하나은행(1308억1900만원), 우리은행(1170억1100만원), IBK기업은행(1075억2200만원) 순이었다. 미래에셋증권(962억2500만원), NH농협은행(827억4600만원), 교보생명(400억8900만원), 한국투자증권(383억8200만원) 등도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용자는 일정 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민간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회사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금융사(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업무 서비스(운용관리업무·자산관리업무·펀드 소개 등)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에 차등 요율 방식이나 단일 요율 방식 등의 일정 비율로 부과한다. 이 때문에 향후 적립금 규모가 커짐에 따라 그 규모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 후인 2006년 1조원에 미만이었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년 후인 2016년 147조원으로 100배 넘게 늘었다. 이후 2018년 190조원, 2020년 256조원, 2022년 336조원, 지난해 382조40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론 385조7000억원을 기록,, 4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막대한 수수료를 지급에도 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적립금 가운데 운용 수익 비율은 지극히 낮다. 대부분 수익은 가입자 증가에서 기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그쳤다. 그나마 이 정도 수익률도 지난해 주식시장 강세 등에 따라 전년(0.02%)보다 수익률(5.25%)이 많이 증가한 덕분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했으며, 국민연금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엔 4분의 1에 불과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7.63%로 7%가 넘었다. 이 기간 퇴직연금 수익률은 1.94%로 2% 미만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