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최초 1일 2승’ 만든 꽃감독의 2가지 선택
KIA는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6회초 김헌곤에게 솔로홈런을 내준 뒤 볼넷 2개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5번 김영웅 타석에서도 장현식은 초구에 볼을 던졌다. 여기서 비가 내려 중단된 뒤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고 경기는 23일에야 재개됐다.
경기가 다시 취소돼 이틀을 기다리는 동안 양 팀 감독은 중대 선택의 기록에 놓였다. KIA는 아리송했다. 1점 차 앞선 무사 1·2루에서 흔히 번트 작전을 낼 수 있지만 삼성 타자는 정규시즌 28홈런, 플레이오프에서도 2홈런을 때린 5번 타자 김영웅이기 때문이었다. 정규시즌 김영웅이 번트를 댄 것은 한 번뿐이었다. 삼성이 번트를 댈지, 안 댈지 KIA는 결론내릴 수 없었다. 과감하게 ‘1점’은 포기했다.
이범호 감독은 “삼성이 그 부분을 굉장히 고민했을 것 같아 우리도 그 고민이 컸다. (21일) 장현식이 (초구) 던질 때는 강공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번트를 댈지 강공할지 예상할 수가 없었다. 번트가 나온다면 그냥 대주고 1점 주는 야구를 하기로 했고, 번트가 안 나오면 1점도 안 주는 야구를 하자고 얘기하고 들어갔는데 기습번트가 나왔고 잘 잡아줬다. 우리한테 운이 좀 더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의 계획대로 흘러 작전을 성공해 추가득점 했다면 경기 분위기는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의 시작점에서 작전에 실패하면서 분위기를 놓쳤고 7회말 삼성 불펜진이 흔들려 KIA 타선이 깨어나는 계기로 이어졌다.
이 6회초 무사 1·2루를 놓고 이범호 감독이 했던 또 한 가지 선택은 ‘첫 투수’ 전상현이었다. 원래 서스펜디드 게임이 열릴 예정이던 22일만 해도 KIA는 좌완 이준영을 첫 투수로 투입해 김영웅을 상대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라운드 사정으로 하루 연기되면서 이범호 감독은 결정을 바꿨다. 좌완 원포인트 없이 우완 전상현을 바로 붙였다. 전상현은 김영웅의 번트 실패 뒤 1사 1·2루에서 박병호를 삼진으로 잡았고, 윤정빈에게 볼넷을 주면서 만든 만루 위기에서는 이재현을 땅볼로 유도해 직접 타구를 처리하면서 삼성의 득점을 막았다. 7회초 2사 2루까지 1.2이닝을 던진 전상현은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될 정도로 결정적인 투구를 했다.
이범호 감독은 “좌완으로 한 명 끊고 갈지, 그 고민을 정말 오래 했다. 삼성이 번트를 댈지 칠지가 고민이었고 또 취소돼 하루 더 생각하다보니 고민이 길어졌다. 결국 투수코치와 상의하면서 그냥 우리 필승조 중 가장 구위 좋고 안정적인 투수가 누굴까 하다 정해영 제외하곤 전상현이 가장 좋겠다고 결론내리고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 구위 믿고 올린 전상현이 확실히 막아주면서 1차전 승리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은 “바로바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 내 선택 하나에 선수들 고생한 게 다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 걸맞게 결과로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한다”며 “이제 체력전이다. 1경기지만 10경기 치른 것 같은 컨디션일 것이다. 3차전부터 체력도 굉장히 중요해지기 때문에 맞춰서 준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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