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시간이 정말 길었다”···지금 김태군은 간절하게 KS 우승포수가 되고 싶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10. 2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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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포수 김태군이 23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경기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태군(35·KIA)은 “40시간이 정말 길었다”고 했다. 지난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비로 중단돼 밀린 뒤 23일 오후 4시 다시 열리기까지, 포수인 김태군도 코칭스태프 못지 않게 생각을 하고 또 했다.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에 볼카운트 1B부터 경기를 시작하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22일에는 아침부터 자기 전까지 플랜을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번트가 나오면 어떡해야 하는지, 투수는 누가 나올지도 나는 모르니까 변화구 투수가 나올지, 직구 던지다 맞으면 한 방에 훅 가는데 하는 걱정에 진짜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스펜디드게임으로 이어진 1차전 6회초 무사 1·2루에서 김태군과 호흡을 맞춘 첫 투수는 전상현이었다. 김태군은 “상현이가 선택됐다는 것은 구위가 워낙 좋아서일텐데 우리는 ‘원 스트라이크’를 빨리 만들어야 되니까 그럼 직구를 던지자 결정했다. 도망가지 말고 우리가 먼저 붙어보자 했다. 그런데 경기 들어가기 직전, ‘혹시 기습번트 나와서 내 앞에 떨어지면 2루주자가 디아즈니까 나는 무조건 3루다’ 하는 생각이 갑자기 딱 들었다. 그냥 갑자기 떠올랐다. 상현이가 처음에 견제모션할 때 김영웅 왼손이 살짝 내려가는 걸 봤다. 나는 그때까지도 설마 번트 댈까 하고 의심을 했다. 그런데 우리로서는 정말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웅은 초구에 번트를 댔고, 타구는 포수 앞으로 떨어졌고, 김태군은 잡아서 3루로 송구해 디아즈를 포스아웃시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KIA는 1·2차전을 다 잡았다.

KIA 포수 김태군이 23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김영웅의 번트 타구가 앞으로 떨어지자 처리하려 달려나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치열하게 고민하며 출발한 이 한국시리즈는 김태군이 NC에서 뛰던 2016년 이후 8년 만에 오른 무대다. 김태군은 “2016년에는 어리기도 했고 시작했구나 하니까 그냥 끝나버렸다. 준비한 걸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서 내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이후 NC가 우승했던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김태군은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군대 다녀온 사이 스타 포수 양의지가 입성했고 김태군은 그 뒤 자연스레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백업’으로 부르던 당시의 환경과 상황들은 작지 않은 상처가 됐었다.

이후 2022년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면서 김태군은 새 마음으로 야구를 대할 수 있게 됐고 지난해 KIA로 또 트레이드 되면서는 야구인생을 새로 열고 있다. 8년 만의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상대가 삼성이라는 사실도 그래서 의미있다.

23일 2차전을 마친 뒤 KIA 선수단은 바로 대구로 이동했다. 24일 저녁 후배 투수들과 숙소 앞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 김태군은 기자와 통화에서 “마주친 많은 대구 분들이 반가워해주셨다. 삼성은 내게 감사한 팀이다. 야구가 재미없어지고 있을 때 삼성에 갔고, 2022년부터 다시 재미있게 야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IA 김태군이 지난 23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적시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8년 만에 다시 주전포수로 나간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태군은 맹활약으로 출발했다. 기대받지 못한 타격에서도 2경기에서 2루타 2개 포함, 6타수 3안타 2타점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태군은 공격력이 빼어나진 않다. ‘공격형 포수’가 각광받는 시대를 쉽지 않게 버텨온 포수다. 김태군은 “(양)의지 형이 NC에 같이 있을 때 항상 옆에서 말해줬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아니라 네 스스로가 중요하다고. 결국은 끝났을 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그때부터 나도 자신감을 조금씩 갖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김태군이 그냥 수비만 하는 ‘식물’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이제 삼성의 홈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3차전과 4차전을 맞이한다. 정신 없었던 1·2차전은 뒤로 하고 새로운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김태군은 “시즌 때 라팍이 무서운 곳이구나 하는 건 이미 느낀 바 있다. 대구만 오면 난타전이 벌어져서 스트레스도 받는다. 하지만 양 팀이 같은 조건이다. 지금 우리는 그냥 해보자는 생각뿐이다. 야구장이 어디냐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 들어오기 전에도 의지 형과 통화했다. 형이 우승은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해야 된다고 했다. 우승 한 번 하고나면 야구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주변에서 색안경 끼고 보던 시선도 사라질 거라고 했다. 꼭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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