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온도에 비해 바깥은 차갑습니다’… 절기마다 쓴 편지

장상민 기자 2024. 10.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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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차 소설가.

최진영 작가는 여덟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성실한 글쓰기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삶으로 답하고 있다.

작가는 꼬박 1년, 24절기마다 편지를 썼다.

작가는 편지마다 새로운 산문을 붙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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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비밀
최진영 지음│난다

18년 차 소설가. 최진영 작가는 여덟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성실한 글쓰기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삶으로 답하고 있다. 마침내 소설 ‘구의 증명’으로 베스트셀러 순위까지 역주행해버린 그가 첫 산문집을 엮어냈다.

추운 겨울을 버텨낸 만물이 잠에서 깨어나는 경칩부터 더위와 추위를 지나 다시 우수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꼬박 1년, 24절기마다 편지를 썼다. 책으로 묶인 편지 뭉치는 그의 남편이 운영하는 로스터리 카페를 찾았던 사람들에게 조심스레 건넸던 선물이다.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되고자 1년을 살았던 사람의 마음이다.

작가는 편지마다 새로운 산문을 붙여넣었다. 한 편마다 44년 동안 최진영이라는 사람을 만들어낸 기억이 담겼다. 그것은 할머니, 엄마, 친구에게서 받았던 사랑이며 그들을 향한 사랑이기에 40년 어치 혹은 그 이상의 사랑이 넉넉히 고여 있다. ‘홈 스위트 홈’ ‘구의 증명’ ‘단 한 사람’ 등에서 보여줬던 놀라운 사랑의 기원이 모두 밖에서 왔다는 사실을, 그러나 아주 오래전부터 심장 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최진영이라는 사람 자체가 됐다는 사실을 그는 산문이라는 솔직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소설에 누구나 쓰는 사랑이라지만 최진영 표 사랑은 독특하다. 완벽하기는커녕 평범하지도 못한 인물들이 주제도 모르는 듯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늘 비밀스러웠다. 사실 그들이 모르는 것은 주제가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최 작가는 고백한다.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면 누구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껏 써버린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비밀을 들려준다. 또한 ‘불행해도 괜찮으니 함께하자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기까지 수없이 의심하고 오해하고 착각하며 외로워했던 시간들도 담담히 풀어 놓는다. 작가는 자신의 쓰기가 더 이상 스스로 쓰고 읽으며 위로받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나의 삶도 계속될 수 있다는 위로가 면면마다 배어 있다.

최 작가는 독자들에게 “침대 맡을 지키며, 계절마다 받아보는 편지처럼 천천히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절기를 버티게 해주는 그의 안부 속에 책장을 덮으며 그 당부를 따랐어야 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여운을 지닌 책이다. 상강을 지나 입동으로 가고 있는 이때, 지난 상강에 쓴 그의 산문 일부를 먼저 실어 보낸다. ‘길을 걷다 울어버린 적이 있습니다. 마음의 온도에 비해 바깥은 너무 차갑습니다. 나를 보호하듯 마음의 외부에 흰 서리가 맺힙니다. 사람들은 내가 무척 추운 사람일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서리가 많이 내린 아침은 맑다고 하셨지요.’ 384쪽, 1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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