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창의 음악노트] 음악과 언어로 문화를 즐기자

황우창 팝칼럼니스트 2024. 10. 25. 0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드뮤직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전문으로 글을 쓰고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글쓴이가 꾸준히 주장하는 '음악 속의 문화'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때마다 글쓴이는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음악은 시대와 장르를 막론하고 그 속에 그 시대만의 문화가 담겨 있다고 이야기한다. 헤겔의 표현을 빌자면 시대정신(Zeitgeist)이 담겨 있는 음악, 이게 월드뮤직이다.

그런데 철학 용어까지 등장하게 되면, 사람들은 그저 듣고 즐기는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모양이다. 음악은 인류 역사에 존재했던 유희 가운데 소리로 즐기는 놀이였다.

연주를 하는 사람이든 그 연주를 듣는 사람이든. 확실한 것은, 그 음악 속에 그 시대를 대변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 감정이든 형식이든, 그것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를 수도 있고, 보편적인 정서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대신 그 문화 또는 정서가 당대의 사람들에게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동의가 시간이 흘러도 유효하다면 그것은 '고전'이 된다.

우리가 이른바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그렇다면 글쓴이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들어봤던 월드뮤직은?
음악 형식이든 정서든,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고 특정 지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정서들이 음악 속에 담긴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할 때마다, 글쓴이는 이렇게 정의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 본연의 정서인 희로애락에 호소하는 음악이다."

지구 반대편 안데스 산맥의 장례 음악을 우리가 듣고서 농번기 축제 때 마을 사람들이 신나서 함께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악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를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리듬과 멜로디, 우리식 표현으로는 장단과 가락이다. 이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기쁘고 슬픈 감정,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분노가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지역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음악, 모든 장르에 적용할 수 있다. 이때 언어의 장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악은 소리로 표현되는 예술 형태인 만큼, 먼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사가 첨부되어 있는 음악이라면 번역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다.

요즈음 시대라면 그리 길지 않는 가사 내용을 번역하는 데에 유용한 도구들이 얼마나 많은가. 번역 어플리케이션이라든지, 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도가 꽤 높은 정보를 미리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리라는 물리적인 요소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는 점이다. 단언하건대 음악을 마음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언어를 통해 음악을 느낄 수는 없다.

음악을 즐길 때 '외국어 공포증'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지만, 세계 각지의 언어 가운데에는 로마 알파벳으로 표기된 문자를 영어식으로 읽는다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질 때가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물이 필요한 한 한국인 순례자가 한쪽에서 열심히 '워러, 워러'를 외치고, 스페인 현지인 가게 주인이 '씨, 씨, 워떼르. 노?(네네 물이죠?)'를 외치고 있었다.

워러든 워터든, 글자 그대로 읽어버리는 로망스계 언어 특성을 알고만 있었더라도 이 가련한 순례자는 일찌감치 갈증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가 제안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영어를 제외하고, 될 수 있는 한 '콩글리쉬'로 읽자. 실제로,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유럽계 언어들을 보면, 영어식으로 읽거나 발음하면 더 이상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이제 용기를 갖자. 그리고 용감하게 도전해 보자. 단, 언제나 마음을 열고. 새너제이와 산호세를 모두 수용하는 겸허한 마음도 함께 지닌다면 음악은 몇 배 더 재미있게 들린다.

낯선 음악을 듣기 이전에 용기를 가지고, 언어의 장벽을 무시하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진다면, 음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음악은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읽을 수 있는 커다란 보물 상자와도 같다.

황우창 팝칼럼니스트 /그래픽 김은옥 기자


황우창 팝칼럼니스트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