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정은, 러시아에 파병 대가로 1년간 7200억 받는다”

박성의·이원석 기자 2024. 10.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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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대북 휴민트’ 통해 ‘파병 병사 1인당 500만원’ 처음으로 확인
“돈은 파병 군인 아닌 김정은에게…내년엔 파병 규모 3만 명까지 늘릴 수도” 
“고위 간부 자제들은 다 빠져…내부 동요 우려해 정신무장 된 ‘폭풍군단’ 보내”

(시사저널=박성의·이원석 기자)

김정은은 왜 '우크라이나-러시아전 파병'을 결정했을까. 돈이 목적이었을까, 혹은 숨겨진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이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시사저널은 북한 노동당 고위 관계자 및 실제 파병부대 전현직 간부 등과 접촉해 얻은 '휴민트'(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얻은 정보)를 통해 그 내막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취재 결과, 북한은 특수부대 1만2000여 명을 파병하는 대가로 최소 600억원을 일시불로 수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 달 파병 기준 대가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파병 규모가 늘어나면 북한은 연간 7200억원에 육박하는 달러를 손에 쥐게 된다.

이번 파병을 통해 북한의 군사력이 획기적으로 증강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언도 확보했다.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핵미사일 기술' 등을 비롯해 식량과 석유 등 유·무형의 자원을 지원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산골에서 세뇌와 신체훈련만 반복하던 북한의 '낡은 특수부대'가, 이번 파병을 통해 '드론(무인기) 전쟁' 등을 경험한 '현대전에 특화된 특수부대'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 군부 핵심 관계자와 실제 접촉한 익명의 정보원은 시사저널에 "러시아는 북한의 지원을 앞세워 전황을 바꾸고, 북한은 이번 파병을 통해 '핵무력 고도화'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것"이라며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달러와 핵무기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파병 규모도 내년에는 3만 명 가까이로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연합·TACC 연합

北 파병부대의 전현직 접촉한 '휴민트' 취재

러-우 전쟁이 시작된 지 900여 일, 전장에는 어느덧 세 번째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전황은 개전 초기 예상과는 사뭇 다르다. '군사 대국' 러시아는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과 러시아군의 보급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전쟁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이 탓에 러시아는 고질적인 병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러시아는 '돈'을 앞세워 자국민과 세계 각국에서 용병을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는 입대자에게 첫해 520만 루블(약 7400만원)을 준다는 광고가 내걸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던진 미끼를 굶주린 북한이 문 모습이다. 러시아 함정이 10월12일 청진항에서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우리 정부가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며 이들의 파병을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월22일(현지시간)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총사령관에게서 몇 가지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군 파병 움직임과 관련해 "6000명씩, 2개 여단의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역시 북한의 파병을 인정했다. 국정원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 명에 달하며 오는 12월께 총 1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정원은 러시아의 북한군 파병 대가가 1인당 월 2000달러(약 270만원)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최근 북한 군부와 접촉한 핵심 정보원을 통해 구체적인 파병 규모와 대가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손에 쥐게 되는 재화는 국정원의 발표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됐다.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폭풍군단'(11군단) 소속 1만2000명 규모의 특수부대 파병을 결정했으며 대가는 사병 1인당 기본급 월 2000달러로, 국정원이 발표한 숫자와 유사하다. 하지만 기본급 외 수당을 합치면 사병의 월급은 500만원에 육박하고, 지휘관급 장교는 그 이상의 대가를 약속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파병의 대가는 군인들이 아닌 북한 노동당 손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 군부 사정에 능통한 관계자는 "파병 군인들은 돈을 만질 수 없다. 단지 북한 군부가 러시아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파병 군인 처우 개선에 쓰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병 대가는 달마다 지급된다. 매달 최소 600억원 이상의 달러, 이에 상응하는 현물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이 전장에서 1년간 머무르면 북한은 최소 7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된다. 문제는 파병 규모가 확대되고 전쟁이 더 장기화할 때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수익, 혹은 이와 맞먹는 재화 또는 무기를 얻을 수 있다. 실제 이번 파병 정보를 전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군이 내년 2만 명 정도를 추가 파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 파병 규모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10월18일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 ⓒSPRAVDI 화면캡처

'돈' 이어 '핵'도 노리는 김정은…"北, 파병 통해 국방개혁 완수 꾀해"

파병 '시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2021년 발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내년은 그 계획에 종지부를 찍는 해다. 이를 위해 그간 북한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핵무기 소형화, 핵잠수함 개발, 극초음속 활공비행 무기 등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제재 및 코로나19 확산, 기술인력 부족 등으로 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북한이 이번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 '첨단 핵무기 기술 이전'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러시아 역시 파병 대가를 모두 현물로 제공하는 것보다 '무형의 자산'을 나누는 게 더 쉽고도, 빠른 방법이었을 것이란 시각이다.

나아가 북한이 심화된 '에너지·식량난'을 파병을 통해 타개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5년 넘게 이어지면서 북한의 전력난과 석유난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역시 전쟁 탓에 석유 수급 등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그럼에도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산유국이자 곡물 수출국이다. 지난 2월 북한이 러시아에 수백만 발 규모의 포탄을 지원했고, 이에 러시아는 대북 식량 지원에 나섰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대북 소식통은 "내년은 북한 국방개혁 5개년 마감의 해다. 대외적으로 성과를 공개해야 하는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진입 기술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고, 핵잠수함 개발도 끝마치지 못한 상황"이라며 "북한은 파병을 통해 이 공백을 메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기술뿐 아니라 기름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과 자원난은 역대급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북한이 파병을 통해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부대'의 '현대전 경험'을 쌓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 군인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장비 사용법·드론 조종 등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 "군사훈련에 참여한 러시아 교관들은 파병 북한군의 체력과 사기는 우수하나 드론 공격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북한군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파병된 군인들은 내륙 지역과 차단된 덕천 지역에서 훈련받던 '폭풍군단' 특수부대원들"이라며 "이들의 주특기는 요인 암살과 적진 후방 교란 등으로 유사시 '핵배낭'을 메고 자폭까지 감행할 정도로 '수령 결사 옹위 정신'으로 완벽히 세뇌된 이들"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들의 약점은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이번 파병 경험으로 북한 특수부대는 '실전형 부대'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북한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점은 파병으로 인한 대북제재 강화가 아닌 내부 동요인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에 따르면, 북한은 노동당 고위 간부들의 자제는 파병 부대에서 모두 제외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황에 따라 파병 군인 상당수가 사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파병 가족들이 추후 동요하거나 집단 반발할 것을 우려, 북한 당국이 최근 이들을 모처로 집단 이주·격리하는 정황을 국정원이 포착하기도 했다. 

■"북 파병에 '자강도 수해'가 영향 미쳤다" 분석도

시사저널 취재 중 북한의 이번 파병이 '자강도 침수' 때문에 갑작스레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강도는 군수공업의 '메카'로 불리는 핵심 지역으로 미사일과 각종 포탄을 생산한다. 최근 북한이 개발한 극초음속미사일도 자강도에서 개발·생산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러시아는 자강도에서 생산되는 북한의 주력 무기 지원을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7월 자강도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상당수의 무기가 침수되고, 공장 노동자와 무기 개발자가 다수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당초 약속한 무기 지원이 지연되자, 북한이 무기 대신 '군인'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러시아에 제안했다는 것이 대북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정보를 전한 관계자는 "홍수 피해로 자강도 공장 노동자뿐 아니라 무기 기술자들도 많이 사망했다. 지금 공장을 복구하기 위해 다른 지역 기술자들을 자강도로 들여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니 김정은도 고민이 됐을 것이다. 그 공백을 메우려고 전투병 파병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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