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통섭적 사고로 정비해야”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4. 10. 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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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77살 ㄱ씨는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ㄱ씨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덕분에 중증질환의 발생을 걱정하지 않는다.

필자 역시 방문진료 시 병원과 집이 연결돼 실시간 처방이 가능하고, 비대면 진료로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의료대란을 극복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재택의료와 고령시대 통합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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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에 답이 있다
올해 2월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고령사회를 대비한 병원 밖 의료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사는 77살 ㄱ씨는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로봇 주치의가 어제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숙면 여부를 알려준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소변과 대변의 상태를 점검해 신장과 위장관 질환의 위험을 파악하고, 혈압과 심전도를 측정해 심혈관 위험도를 분석한 뒤 체중을 바탕으로 근육량과 지방량을 체크해 맞춤형 운동 계획을 제공한다. 연속 혈당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모니터링하면서 오늘의 식단과 칼로리를 제안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ㄱ씨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덕분에 중증질환의 발생을 걱정하지 않는다. 옆집에 사는 파킨슨병 환자인 ㄴ씨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제공하고 약물도 집으로 배달되기에 병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의 단편이다.

올해 2월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고령사회를 대비한 병원 밖 의료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필자 역시 방문진료 시 병원과 집이 연결돼 실시간 처방이 가능하고, 비대면 진료로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혁신 기술이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국외로 나가야만 한다’는 불만이 크다. 이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필자는 보건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혁신 기술을 접목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코로나19와 의료대란으로 보건의료 정책이 경색된 상황에서 관련 법안들이 정치적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한국은 노인 자살률 1위 국가로, 경제적 빈곤과 사회적 고립, 질병, 취약한 복지제도가 그 배경에 있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2024년, 혼자 사는 75살 ㄷ씨는 복합 만성질환으로 3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한다. 여러 진료과를 돌며 각종 검사를 받고 약 처방을 받지만, 중복되는 약물과 저혈당, 고혈당 관리에 대한 부담은 환자 자신의 몫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은 줄고 지방은 늘어가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나 방문진료와 같은 서비스를 신청하기는 정보 부족과 비용 부담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강 증진과 예방, 재활 서비스가 부족한 전통적인 진료 체계는 구멍이 뚫려 있다. 결국 낙상으로 응급실에 갈 날이 머지않았다고 느끼는 ㄷ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의료대란을 극복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재택의료와 고령시대 통합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현재의 정치 상황은 우려스럽다. 양당의 정치적 대립으로 ‘할 일 하는 국회’가 아니라 ‘싸우는 국회’로 비치는 지금,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안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디지털포용법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은 규제와 지원정책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 국민과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시대적 흐름에 맞춘 대한민국 의료 재건이 필요하다. 졸속 입법 처리를 막고, 통섭적 사고로 노인이 행복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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