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작가 작품 한 점씩…‘여성의 등’ 너머로 펼쳐진 세계 미술사 [책&생각]

구둘래 기자 2024. 10. 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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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배경이 정원을 불러온다.

'삼국시대 손잡이 잔의 아름다움' 등을 통해 수집 물품의 미학을 설파해온 '컬렉터'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회화 걸작을 '수집'했다.

"인간의 모든 것은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장 앙투안 바토의 '제르생의 간판'은 미술품 구매 상점을 배경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여성의 뒷모습이 그림의 백미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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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림
세계 미술사의 획기적인 그림 51
박영택 지음 l 마음산책 l 2만6000원

녹색 배경이 정원을 불러온다. 푸른색을 배경으로 여성은 살며시 고개를 숙이고 꽃을 꺾고 있다. 최초로 뒷모습을 그렸으리라 짐작되는 프레스코화. 왜 화가는 뒷모습을 그렸을까.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여성의 시선이 벽으로 막힌 공간에 깊이를 만들고 무한히 열려 있는 숲으로 이끈다고 한다. 1세기 베수비오스산 폭발로 덮여버린 화려한 별장 지역에 있던 그림은 1949년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박영택은 ‘오직, 그림’에서 51폭의 그림을 분석한다. 작가 미상의 ‘꽃을 꺾고 있는 처녀’가 첫 그림으로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드가, 르누아르, 마네, 고흐, 뭉크, 세잔, 피카소, 마티스를 거쳐 파울 클레와 베이컨, 워홀, 키키 스미스까지 중요 작가의 ‘오직’ 1점씩을 뽑았다. 기준은 ‘최고의 회화’. ‘삼국시대 손잡이 잔의 아름다움’ 등을 통해 수집 물품의 미학을 설파해온 ‘컬렉터’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회화 걸작을 ‘수집’했다. 에세이, 평론서와 거리를 두었다지만 둘 다를 만족할 만하다.

‘꽃을 꺾고 있는 처녀’ 외에도 이 컬렉션에는 뒷모습의 여성이 많다. 테르보흐르의 ‘인물들이 함께 있는 내부’에서는 여자의 슬픈 생애를 담은 등이 ‘묵묵히 직립하고 있’다. “인간의 모든 것은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장 앙투안 바토의 ‘제르생의 간판’은 미술품 구매 상점을 배경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여성의 뒷모습이 그림의 백미를 이룬다. 시간순으로 나열한 글을 통해 원근법의 발전과 빛의 사용, 종교화의 변화, 사진과 경쟁하게 된 회화의 역할 등을 일목요연하게 듣는다. 회화책으로서 편집상의 실수가 아쉽다. 한스 홀바인의 ‘두 대사’는 왼쪽 끄트머리에 있다는 예수 형상이 잘렸고,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저녁 식사’에서 원근법을 무시했다는 손도 잘 보이지 않는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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