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이기심과 공동체의 균열

2024. 10.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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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저녁, 아파트 주민 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모임의 안건은 아파트 가드닝 동호회에 대한 찬반 논의였다.

이유인즉, 입주자 대표 회의 때마다 우리의 봉사 활동에 대한 입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참석하는 회원 수에 비해 매달 지급받는 공동체 활동비로는 활동에 필요한 물품 구입도 빠듯했기 때문에 단지 전체를 가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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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옥녀 소설가.

평일 저녁, 아파트 주민 회의실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모임의 안건은 아파트 가드닝 동호회에 대한 찬반 논의였다. 이유인즉, 입주자 대표 회의 때마다 우리의 봉사 활동에 대한 입주민들의 민원이 많아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스무 명 남짓 되는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단지 정원을 가꿨다. 봄이면 화단 정리를 하고 예쁜 꽃을 사서 심었다.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 제거가 일이었다. 가을에는 추식 구근을 심고, 이른 봄에 수선화며 튤립이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우리의 정원은 우리가 손을 내밀면 내밀수록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아무런 보상 없이 뙤약볕에 나가 풀을 뽑아도, 밤에 활동할 때 꽃도둑으로 오해를 받아도 그 누구도 불평불만하지 않았다.

참석하는 회원 수에 비해 매달 지급받는 공동체 활동비로는 활동에 필요한 물품 구입도 빠듯했기 때문에 단지 전체를 가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을 중심으로, 모임의 회원이 많은 단지 위주로 활동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입주민의 불만은 '비교'에서 시작된 것 같다. 왜, 우리 동 화단보다 다른 동 화단이 더 예쁜가. 왜, 우리 동 화단에만 잡초가 이리도 무성한가. 왜, 멀쩡한 꽃을 뽑고 돈을 들여 새 꽃을 사서 심는가. 비교가 심해지면 결국 질투가 싹을 틔우고, 그들의 것이 내 것이어야 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번 시작된 질투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의 활동을 모두 멈추고 입주 3년 차 공동주택이 직면한 '공용부의 조경하자와의 충돌 조정 문제'라는 명분하에 잠정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에서는 서로의 생각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결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를 응원해 주지 않아도 좋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차치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만으로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이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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