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지배구조 정조준 금감원 “중앙회 부당 인사 개입 방지하라” 경고

김유진 기자 2024. 10.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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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농협금융지주·은행 정기검사
금감원 “중앙회, 지주 인사에 ‘깜깜이’ 개입”
농협금융, 임원 선임 과정 기록·관리 부족
중앙회, 농협금융 자회사 비공식적 경영 개입 정황
농협금융지주 본관 전경. /농협금융지주 제공

농협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한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에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금감원이 실시한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 농협중앙회의 과도한 경영·인사 관여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농협금융에 이런 내용의 경영유의 및 개선 사항을 전달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 5월 실시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정기검사에서 드러난 부분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이후 제도를 개선할 부분에 대한 권고 사항을 경영유의로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신경분리(신용·경제 사업 부문의 분리) 이후에도 농협금융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횡령·배임 등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농협금융·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했다. 농협금융은 경영권을 가진 최대 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인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번 금감원의 검사에서는 농협금융 인사 운영이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농협중앙회는 인사조정위원회를 통해 농협금융의 집행간부 등 임원 후보를 결정하는 데 관여하고 있다. 농협금융 대표이사도 인사조정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별도의 근거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농협금융은 자사 임원을 선임하는 과정을 기록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농협금융 임원 선임이 농협중앙회 내에서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손민균

금감원은 이에 대해 “농협지주 인사업무의 투명성·공정성 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의 인사조정위원회에는 농협금융 대표이사도 참석하고 있지만, 농협금융은 이 위원회의 회의 자료와 논의 내용 및 결과를 기록·관리하지 않아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표이사의 농협중앙회 인사조정위원회 참석에 대한 근거를 지주 내규 등에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 및 결과, 관련 자료들을 지주 측에서도 문서화해 관리하는 등 농협중앙회의 지주에 대한 부당한 인사 관여를 예방하고 인사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농협중앙회가 비공식적으로 농협금융 계열사 경영 관리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은 내규에 따라 자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자회사 경영 목표 및 평가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비공식 채널인 유선 또는 대면 요청 등의 방법으로 농협금융과 자회사 간 협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농협금융은 2022년 중 농협중앙회의 요청을 반영해 보험계열사에 대한농업지원사업비 산출 기준을 변경하고, 그에 따라 보험계열사 중 한 곳의 경영목표 및 평가기준을 조정한 사실이 있다”면서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요청 내역 및 동 요청에 대한 검토 결과가 문서화돼 있지 않고 해당 계열사에 대한 경영 목표 및 평가 기준 심의·의결 자료상 관련된 내용 및 근거가 기재되지 않는 등 농협금융과 자회사 경영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행사 내역이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금감원은 농협금융에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하라고 주문했다. 만약 농협중앙회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면 공식적인 협의체를 마련하라는 게 금감원의 지시 사항이다. 금감원은 “자회사 경영관리와 관련해 경영목표 및 평가기준을 자체설정하도록 노력하고, 협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 등의 실무자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협의체를 마련해 논의 사항을 문서화해 관리해야 한다”며 “중요한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 해당 내용 및 근거를 이사회 부의 자료에도 포함하는 등 공식적이고 투명한 자회사 관리 절차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농협금융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정기검사에서 적발된 개선 사항을 농협금융에 전달하는 데 이어 징계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재심의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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