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 근로자를 돕는 최상의 묘책

여론독자부 2024. 10. 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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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서울경제]

정치인들은 미국의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최상의 방법에 관해 논의하며 2024년의 대부분을 보냈다. 이민 축소, 미국 제조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기술훈련··· 과연 이들 중 어느 것이 최상의 방안일까? 정답은 따로 있다. 보육시설 확충이다. 이 단순한 방법을 통해 정치인들은 근로가정의 소득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예일과 브라운 대학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획기적인 연구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나온 미국의 모든 노동 친화적 정책 가운데 보육 투자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세금자료와 기타 행정기록을 분석한 연구진은 미취학 아동에게 제공되는 무료 풀타임 보육 서비스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6달러의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추가 이익의 대부분은 아동 돌봄 서비스 시간이 늘어난 만큼 부모의 근로시간이 연장돼 급여소득이 증가한 데서 비롯됐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다. 아이를 맡길 보육원을 찾지 못하거나 등록비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비싸다면 부모는 취업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때론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직업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부족한 보육시설은 지역 경제 전반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몰아오면서 어린이와 부모, 고용주 및 지역 세수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의 유아원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 법원 판결에 따라 1996년 시작된 뉴헤이븐의 프로그램은 공립학교 체제로 운영된다. 수업료가 없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가정에 열려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에는 ‘보편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제한된 자금 탓에 관심이 있는 가정 모두가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늘 빈 자리보다 신청자가 많아 정부는 추첨을 통해 자리를 배정한다.

연구원들은 학생들의 시험 점수와 주 노동국 기록과 같은 정부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추첨에 당첨된 아이들과 떨어진 아이들을 꼼꼼히 대조했다. 이와 함께 추첨에 떨어진 가족이 다른 보육 프로그램을 찾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무료 보육 서비스 이외의 옵션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대용 프로그램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육시설에 자리를 배당받지 못한 거의 모든 뉴헤이븐의 아이들도 공식적인 돌봄 시설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저소득 아이들은 보통 헤드 스타트와 같은 공공 프로그램에 가입했고, 고소득층 자녀들은 대체로 사설 프로그램을 택했다.

그러나 추첨에 떨어진 아이들은 보편적 보육 프로그램에 들어간 또래들보다 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았을 뿐 아니라 부모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았다. 또한 보편적 보육 프로그램은 시험 성적과 같은 학생들의 성취도에 다소나마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뉴헤이븐의 보편적 보육 서비스가 프로그램에 가입한 아이들에게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영향을 주는데 그칠지 몰라도 부모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을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추첨에 당첨된 가족은 그렇지 않은 가족에 비해 주당 11시간 이상의 육아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부모의 소득을 매년 20% 이상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이 보육시설에 다니는 동안뿐 아니라 그로부터 최소한 6년 뒤까지 소득상승 효과가 유지된다.

보고서의 공동저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국고에서 프로그램에 투입된 1달러당 6달러의 경제적 혜택이 돌아온다. 아이들이 얻는 이익을 제외한다 해도 가족이 누리는 순이익은 대략 5.5달러로 추산됐다. 이 정도의 투자수익을 내는 정부의 노동시장 정책을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소득세액 공제와 같은 대다수의 다른 노동 친화적 프로그램보다 투자효과가 훨씬 높다.

아동 돌봄 서비스 확대의 인기에도 이 이슈는 올해 선거전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아동 보육 프로그램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조업 재정 보조금과 같은 다른 이슈에 비해 배정된 TV 광고시간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일관된 의견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일대와 브라운대의 연구진이 작성한 새로운 연구 보고서는 보육 프로그램이 핵심 이슈로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자를 돕고 싶다면 그들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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