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 ‘머네인’의 대표 소설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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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대지주들이 한 호텔에 회합한다.
영화 '내륙'이 완성되면 좀 더 선명해질 것이다, '호주인'과 구별되는 진짜 '평원인'들, 평원인도 모르는 '궁극'의 평원. '나'는 그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싶다, 영화만이 가능한 언어이므로.
와중에 '평원인'들의 습속과 의식, 특히 대지주 가문의 축적된 문화예술적 기호, 도도한 관념 등이 연구 문헌의 결과로, 전언으로, 평원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며 작품을 준비하는 '나'의 길고 긴 사변으로 풀어 헤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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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
제럴드 머네인 지음, 박찬원 옮김 l 은행나무 l 1만6800원
호주의 대지주들이 한 호텔에 회합한다. 때맞춰, 그들의 후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각지에서 모여든다. 개중 광활한 평원과 그를 개척한 지주 가문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려는 무명의 감독 겸 작가가 끼어 있다. 영화 ‘내륙’이 완성되면 좀 더 선명해질 것이다, ‘호주인’과 구별되는 진짜 ‘평원인’들, 평원인도 모르는 ‘궁극’의 평원…. ‘나’는 그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싶다, 영화만이 가능한 언어이므로.
소설 ‘평원’(The Plains)은 영화를 제작해 가는 ‘나’의 경험담으로 꼴을 갖춘다. 와중에 ‘평원인’들의 습속과 의식, 특히 대지주 가문의 축적된 문화예술적 기호, 도도한 관념 등이 연구 문헌의 결과로, 전언으로, 평원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며 작품을 준비하는 ‘나’의 길고 긴 사변으로 풀어 헤쳐진다. 이런 지식은 후원자를 설득하려는 차별적 전략의 일환이지만, 거듭될수록 작중 변죽의 삽화에 불과함을 알게 된다. 저 먼 내륙이 진정한 평원이라며 달려간 행동주의적 지평선파, 그곳은 사막일 뿐이라며 가까운 정착지를 좇는 실리주의적 토끼파 사이 갈등은 평원이 과연 어디까지 평원이냐는 의문보다 심오하기 어렵다.
감독은 후원은 얻지만, 결국 영화를 찍지 못한다. ‘볼 수 있다’는 관념 자체를 호주 작가 제럴드 머네인(85)은 회의한다. 언어로 규정·묘사하려 들수록 “알려지지 않은 평원과 함께 겹겹이 쌓인 언어 속에” 잠식되리라. 평원은 장소가 아닌 ‘시간’, 인간에게 허락되는 장면은 평원의 ‘어둠’일 뿐, 하여 인간은 응시하는 자 아닌 응시‘되’는 자라는 작가의 성찰은 깊고 아득하다. 1982년 작품인데 낡지 않아,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여전히 첫손에 꼽힐 것이다. 작가가 유일하게 제목에 정관사를 붙인, 내적 이미지 탐구라는 머네인 장르의 시작. 이제야 국내 첫 소개되는 그의 작품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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