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치 ‘사랑의 증명’ 최진영 첫 산문집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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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진영(43)이 등단 18년 만에 낸 첫 산문집 제목은 '어떤 비밀'이다.
"소설은 나도 모르는 상황을 궁금해 하며 마음껏 쓸 수 있는데, 에세이는 내가 다 아는 이야기로, 주저하고 감추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따라서 이번 산문집은 작가의 18년치 작품의 후일담이면서, 퇴색되지 않는 미지의 감각 즉 사랑에 대한 탐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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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비밀
최진영 지음 l 난다 l 1만7000원
소설가 최진영(43)이 등단 18년 만에 낸 첫 산문집 제목은 ‘어떤 비밀’이다. “소설은 나도 모르는 상황을 궁금해 하며 마음껏 쓸 수 있는데, 에세이는 내가 다 아는 이야기로, 주저하고 감추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최진영에겐 허구의 소설조차 진솔하달진대, 고백은 얼마나 투명하겠는가.
글의 계기부터 그렇다. “남은 생을 함께하자”며 남녀가 제주에 정착한 때가 2021년이다. 20여년 전 시작된 인연이다. 남자는 섬 서쪽에 카페를 차렸으나 “커피를 내릴 줄도 모르”는 여자는 그곳에서도 “글 쓰는 사람”일 뿐이라 남자에게 “힘을 보태고 싶어”, 카페 손님에게, 작가 찾아온 이들에게 마음 담은 편지를 써 전한다. ‘인연’이 ‘연인’으로 막 변천한 즈음 쓰인 소설이 이 시대 역주행의 대명사인 ‘구의 증명’(2015)이다. 최 작가는 지난 22일 출간간담회에서 “불행해도 괜찮으니 함께하자는 마음은 그때만 해도 제게 없던 마음인데 주인공(‘구’와 ‘담’)을 따라가다 보니 배우게 된 마음”이라며 “그들이 알려준 사랑에 가까이 가려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산문집은 작가의 18년치 작품의 후일담이면서, 퇴색되지 않는 미지의 감각 즉 사랑에 대한 탐문 같다. “윗목”서 비실대던 사랑은 어쩌자고 죽지 않고 뜨거워지는가. ‘어떤 이별’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절기마다 띄운 편지와 작가 자신의 삶이 반추된 산문으로 엮인다. 가령 소설 ‘단 한 사람’을 간직한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서 외조모와의 애틋한 기억이 담긴 ‘대설의 편지’에서 작가는 가장 울컥했다고 했다. 외조모 기억은 작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 수상 후 국내 독자들에게 전한 첫 글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 수상을 최진영은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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