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이제 ‘귀’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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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을 통제하는 근미래, 분절된 불협화음이 극장을 울린다.
최근 연극계에 SF가 주요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음향 효과가 활용되고 있다.
정혜수 사운드 아티스트는 "연극의 경우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 극장의 음향적 특성 등을 고려해 소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계산하면서 세심하게 설계할 수 있다"며 "관객의 상상력을 영화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극해 몰입감 높고 차별화된 관극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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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효과 활용해 상상력 극대화
3D 오디오 기술도 적극 도입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 공상과학(SF) 연극 ‘모든’은 화려한 시각효과 없이 음향만으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여 준다. 최근 연극계에 SF가 주요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다채로운 음향 효과가 활용되고 있다. SF 영화에 비해 시각효과의 제한이 많지만, 극장의 공간감과 현장성을 음향과 결합해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연극 ‘모든’의 김정호 음향 디자이너는 “등장인물별 효과음을 만들어 각기 다른 스피커에서 출력되도록 했다”며 “영화에서 흔히 접했던 효과음, 음향 방식 대신 예상치 못한 소리를 입체감 있게 들려줌으로써 관객에게 낯선 감각을 제공하려 했다”고 말했다.
SF 연극에서 음향 효과는 보조 수단을 넘어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주역이다. 31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씨어터 쿰에서 공연되는 ‘어느 물리학자의 낮잠’은 극 중 핵심 소재인 ‘야광 버섯’이 별처럼 군락을 이루고 우주처럼 확장되는 이미지를 소리로 들려준다. 시공간이 순환하는 소리는 스피커 출력 위치를 좌우로 옮겨 가며 표현된다.
사운드 디자인을 맡은 목소(본명 우정인)는 “찬란한 느낌의 소리를 신시사이저로 만들되, 사이버틱한 질감을 덜고 별 무리의 따뜻함을 강조했다”며 “실제 우주 공간에는 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난다면 왜, 어떻게 들려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했다. SF 영화에서 들어본 익숙한 소리에 그친다면 상상의 여지가 축소된다”고 했다.
가상현실(VR) 콘텐츠, 게임업계에서 상용화된 입체(3D) 오디오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도 한다. 올 8, 9월 서울 성동구 우란2경에서 열린 SF 연극 ‘땅 밑에’는 무대에 배우가 없는 오디오형 연극이다. 관객은 헤드폰과 스피커를 타고 생생하게 들려오는 연기와 소리만으로 주인공들의 탐사를 좇는다. 사전 제작된 오디오는 배우들이 실제 곁에서 말하는 것 같은 현장성을 느낄 수 있도록 객석에 설치된 특수 마이크를 통해 녹음했다. 작품을 연출한 사운드 아티스트 정혜수는 “스피커 40여 대를 공연장 천장부터 객석 밑까지 반구 형태로 배치해 공간 음향적 효과를 강화했다”며 “헤드폰엔 헤드트래커를 부착해 관객이 각자 움직임에 따라 능동적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끔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정혜수 사운드 아티스트는 “연극의 경우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 극장의 음향적 특성 등을 고려해 소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계산하면서 세심하게 설계할 수 있다”며 “관객의 상상력을 영화보다 더 효과적으로 자극해 몰입감 높고 차별화된 관극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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