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본받을 만한 빅테크 기업들의 원전 투자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2024. 10. 25. 02:0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원전투자 소식이 잇따른다. 지난달 20일엔 영구정지 상태인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 1호기를 재가동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할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약이 이뤄졌고 지난주엔 구글과 아마존이 각각 현재 개발이 진행되는 신개념 SMR(소형모듈원자로) 2종으로부터 미래전력을 구입한다는 계약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소식 중 TMI 1호기 재가동 계획은 상당히 놀랍다. TMI 1호기는 1979년 세계 최초 원전사고가 난 TMI 2호기의 바로 옆에 있는 쌍둥이 원전이기 때문이다. TMI 2호기에서는 비록 원자로가 녹는 중대사고가 발생했지만 견고한 원자로 격납건물이 방사성 물질의 외부유출을 잘 차단해 원전부지와 그 주변에 방사능 오염이 없었다. 그래서 그 옆 1호기는 2019년까지 가동을 잘하다 경제성을 이유로 영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이렇게 5년 이상 정지됐던 원전을 약 16억달러(약 2조1600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가동을 추진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구정지 상태에 있던 원전의 재가동 추진 사례는 하나 더 있다.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드 원전은 2022년 영구정지된 후 폐로 수순을 밟고 있었지만 홀텍이라는 회사가 미국 정부의 여신지원 약 15억달러를 받아 재가동을 추진키로 했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두 원전의 재가동이 추진되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원전은 하루 24시간 1주일에 7일(24/7), 즉 항상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온당한 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무탄소 전력의 안정적 대량공급의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AI(인공지능) 사용 급증에서 비롯된다. AI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야 하는데 여기에 공급돼야 될 전력은 기본적으로 청정전력, 즉 무탄소 전력이면서 상시 안정성이 유지돼야 한다.

미국에서 가스발전소는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상당히 낮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지만 탄소중립 관점에서는 청정 전력원이 아니므로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청정전력원이지만 태생적인 간헐성과 변동성 때문에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 재생에너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대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를 사용하면 가능하지만 고가의 ESS 때문에 온당한 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가스발전과 재생에너지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원전뿐만 아니라 새로 개발되는 선진 원자로에 대한 투자를 늘려간다. 구글은 카이로스파워의 불소염냉각원자로 'KAIROS-FHR', 아마존은 X에너지의 헬륨가스냉각원자로 'XE-100', 오픈AI는 오클로의 소듐냉각원자로 '오로라'(Aurora) 개발을 지원한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테라파워는 소듐냉각원자로 나트륨(Natrium)을 수년 전부터 개발 중이고 지난 6월에는 미국 와이오밍주 한 석탄발전소 부지에서 착공식을 했다. 건설허가 심사과정 중에 건설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들 선진 원자로의 공통점은 모두 비수냉각원자로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가 급속한 기술발전을 이뤄왔듯 원자력분야에서도 전통적 수냉각원자로가 아닌 고효율 청정전력과 고온열을 매우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선진 원자로에 대한 기술개발이 급속히 진행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미래 에너지기술 투자가 이러한 신개념 선진 원자로로 향하는 것은 혁신을 지향하는 그 기업들의 속성에도 잘 부합한다.

다가올 탄소중립과 AI 시대에 불가피할 대규모 청정전력 공급원으로서 원자력에 주목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빅테크 기업들을 우리 기업들이 본받아 최근 개시된 국내 민관합작 선진 원자로 개발사업이 촉진되길 바란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