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된 총 쓰고 식량보급 안되고… 러군 사상자 70만명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들이 앞으로 전선에 투입됐을 때 어떤 환경에 처하게 될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70만명 가까운 러시아 측 사상자가 났다는 열악한 전선 상황에서, 용병이나 다름없는 북한군은 러시아군보다 더 불리한 조건에서 싸워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 훈련을 받던 북한군이 식량 부족으로 집단 탈영했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혹한의 겨울을 앞둔 상황에서 부실한 보급과 무리한 ‘밀어붙이기’ 전술이 북한군을 사지(死地)로 몰아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은 24일 우크라이나군 정보 당국을 인용해 “러시아 내에서 적응 훈련을 받아 온 북한군이 조만간 차례로 전선에 투입될 것”이라며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을 상대하기 전에 먼저 전방의 열악한 병참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전쟁 초기부터 계속된 러시아군의 만성적 보급 부족이 여전한 데다, 러시아 국방부가 북한군을 다른 외국인 용병들과 마찬가지로 ‘소모품’ 취급하며 홀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인 2022년 여름부터 심각한 병참 문제를 겪었다. 소총이나 탄약은 물론이고 전투모나 방한복 등이 부족해 40~50여 년 전 장비를 지급받아 쓰는 경우가 속출했다. 식량이 모자라 굶는 병사들이 민가를 약탈하거나 투항하는 사례, 우크라이나군의 정찰 무인기(드론)를 향해 음식과 물을 요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가디언은 “(군수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뿌리 깊은 군납 비리로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무기와 보급품도 허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문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러시아가 군수 산업을 재편성하고 후방 물류 체계를 강화한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야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과 부대에 따라서는 여전히 보급 상황이 열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수감자들을 동원한 죄수 부대, 해외 모병 외국인 부대들의 경우 러시아군 주력 부대보다 보급 우선순위에서 뒤처져 아직도 식량과 피복 등 보급품 부족 현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선에 투입되는 북한군 역시 비슷한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될 경우 러시아군 지휘부가 어느 정도의 보급 지원에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예측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의 전형적인 ‘밀어붙이기 전술’의 희생양이 돼 대량의 사상자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개전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를 70만명 가까운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옛 소련의 몰락을 앞당긴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상자(7만~8만여 명)의 10배에 가까운 엄청난 손실이다.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는 이 중 12만~16만명이 사망자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 사망자 추정치인 5만~8만명의 두 배에 이른다.
러시아군 사상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서방 최신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병사들의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전술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소련 시절인 2차 세계대전 때부터 러시아군이 자주 동원해 온 방식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는 특히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집중적으로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BBC는 “이렇게 무리한 전술로 인한 전사자가 개전 이후 올해 4월까지 최소 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쟁 초기 20만명 내외였던 우크라이나 전선의 러시아군은 현재 50만~6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2022년 9월 동원령을 통해 30만명을 충원했고, 이후에도 3차례에 걸쳐 병력 확대령을 내려 지속적으로 병력을 확충해 왔다. 그러나 채워 넣은 만큼 사상자가 쏟아지면서 병력은 계속 부족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결국 4만명 이상의 죄수들을 동원해 전선에 투입하고 이들에게 ‘돌격’을 강요하는 독전대(督戰隊)까지 배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군은 푸틴이 입을 정치적 타격을 우려, 모스크바를 비롯한 서부 대도시 지역을 피해 시베리아와 극동, 북캅카스 등 경제적 취약 지역에서 주로 모병을 해왔으나 이젠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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