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원의 어쩌다 마주친 문장] [2] 안녕, 대한극장

황유원 시인·번역가 2024. 10. 25. 00: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냉이만 알던 내게 고소한 팝콘 냄새가 나던
대한극장은 신세계였습니다.

-배창호 감독의 대한극장 폐관 관련 인터뷰에서

늘 오랜 친구처럼 거기 있던 대한극장이 문을 닫은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곳에서 본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약간 어처구니없게도 ‘팔로우’라는 공포영화다. 미지의 ‘그것’이 주인공을 ‘따라오는’ 영화. 보고 나서 나를 따라오는 게 마감과 죽음 말고 또 뭐가 있는지 생각했었다. 이제 따라오는 게 몇 개 더 늘었다. 대학원 시절 논문을 쓰다 말고 부리나케 달려 나가 착석하던 기억, 눈이 펑펑 내린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다 젖은 신발로 ‘007′ 신작을 보러 가던 기억. 배창호 감독에게는 신세계의 시작이었던 그곳이 내게는 어쩌면 구세계의 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구세계의 낭만이 앞으로 얼마나 더 그리워질지 짐작도 못 하겠다.

△매일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5개가 담긴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1170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