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삶 조금이라도 좋게"···민생 정책으로 채운 정무위 국감
"위원님들 목소리는 시장의 목소리다. 국민 여론이라 생각하셔야 한다. (기관장들께서는) 소홀히 하지 마시고 빠른 시간 안에 답변 주시고 늦지 않게 조치를 취해 달라."(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
"우리 서민의 삶을 정말로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생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 상임위원회로 평가받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2024년 금융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 국정감사가 밤늦도록 정책에 대한 논의들로 채워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SGI서울보증보험 감사 선임문제 등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중요 이슈들도 다뤄졌지만 이에 매몰되거나 소모적 논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건설·부동산 업종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종전대비 130%까지 상향 해야 한다. 이미 지난 6월말 110%로 상향됐으며, 오는 12월말 120%, 내년 6월말 130%까지 적립 비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
강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경우 12월까지 충당금을 120%를 맞추면 30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며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는 동의하지만, 어느정도 숨을 쉴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무위 여야 간사까지 나서서 이같은 지적에 힘을 실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준비되지 않은 상향 조정으로 예금고객이 불안하고, 대출한도 감소로 상호금융 사업도 위축될 수 있다. 소상공인, 농어업인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1년 정도 유예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반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적립비율을)상향하면 숨통이 틔일 수 있다"도 제언했다.
김병환 위원장은 "실제로 개별 상호금융회사들, 조합들에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있다"며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 부동산 위험도가 크고 거기서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부분은 건전성 차원에서 높여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 현장에서 감내 가능한 수준인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분야는 또 있다. 1조원이 넘는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메프(티몬·위메프) 관련이다. 기업의 탐욕이 이 사태를 빚은 주된 원인이나 당국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간 소통이 적시에 이뤄졌다면 피해 규모를 더 줄일 수 있었다고 보고 "이 문제 관련돼 관계기관에서 인지를 했다면 관계 기관들과 협업하고 어떻게든지 피해를 최소화하고 노력했어야 된다는 게 질의 요점"이라며 "관계기관들의 협업 등이 작동하지 않았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선 반드시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국가가 힘들어졌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권한이 없었다거나 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 자리에 왜 앉아 있는가"라고 했다.
야당 간사 제안에 여당 소속 정무위원장이 힘을 싣기도 했다.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야당 간사인 강준현 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 당시 거론됐던 PG(지급결제대행) 업체들의 수수료 문제 관련, 간편결제서비스의 간편결제수수료가 결제수수료와 기타수수료로 구성되는데 기타수수료는 관리감독기관이 불분명함을 지적했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디딤돌대출 규제 시행 사흘 앞두고 잠정 중단이 됐다"며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정책대출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만 실수요자에게 충격을 주는 만큼 유예 기간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토교통부 장관 말만 믿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뒤통수를 쳤다. 정책 혼선 책임을 모두 국토부에 전가할 수 없는데, 국토부 발표 전에 금융위 주재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논의했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방안에 대해서 논의 했지만 시기와 방법까지 논의된 것은 아니다. 국토부에서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발표전 금융위와 충분한 상의가 필요했다. 시행하더라고 충분한 유예기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별 등 세밀하게 발표했어야 한다"며 "국토부와 심도있게 논의해 실수요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적극 협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자영업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지난 국감에서 말씀드렸었다"며 "이후 의원실로 연락이 오길 실제 개인사업자 한 분이 아파트 담보대출 8억, 아파트 구미를 위한 대출 2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는데 자격 제한이 걸린다더라. 수도권 집값 평균이 10억원 정도되는데 적용 기준을 모르겠다.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 한도를 상향하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물었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빚을 갚기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2년 10월 도입한 제도다. 무담보 5억원·담보 10억원을 합쳐 총 15억원까지 원금을 최대 80% 감면(취약 계층은 최대 90%)해 주거나 이자를 낮춰 최장 20년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에 김병환 위원장은 "현황을 한 번 보겠다"며 "한도를 정한 것은 재원 제약 아래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게 하려던 것일텐데 최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규제를) 좀 과감하게 완화하는 입장이라 실제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때부터 논의된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하는 것 관련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상향해야 하는 이유 5가지를 조목조목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환 위원장은 "지적해 주신 부분은 저희도 공감한다'며 "다만 자금 이동 과정에서 이게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계기관들과 협의 중이고 한번 상의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업계가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논의중인 가운데 여러 관련 현안들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은행은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지만 가상자산은 아직 그런 절차가 없어 문제"라며 "빗썸 지배구조 보면 이정훈 전 의장과 이니셜1호 투자조합법인 2개의 축으로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는데 이 전 의장은 1100억원대 사기혐의로 현재 재판 중이다. 이니셜1호 투자조합의 사실상 소유주인 강종현씨도 횡령·주가조작 등으로 구속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주주가 어떤 사람인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빨리 파악토록 금융위가 나서달라"고 했고 김병환 위원장은 "현행법상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든 가상자산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이든 대주주를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에 따라 이번에 대주주 심사가 가능하도록 특금법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보험 관련 문제들도 지적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삼성화재에서 판매중인 '내돈내삼'(내 돈으로 직접 가입하는 내 삼성화재 건강보험)이라는 보험상품이 지역별로 최소 요건이 다르다는 것을 보고 받은 적이 있냐"며 "호남지역에서만 5만 원 이상이 설정돼 있고 타 지역은 다 2만원인데,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질의를 하니까 손해보험협회를 통해 알아본다고 이야기 했지만 실질적으로 내용에 대해서는 대리점 조치라는게 말이 안된다.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G손해보험 매각 이슈도 이날 국감 초반을 달군 중요 문제 중 하나였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예보법상 M&A(인수합병) 등을 먼저 하고 안되면 P&A 방식으로 하는 게 입법 취지에 맞다"며 "(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합병 방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메리츠화재의 인수자격과 관련된 법률 자문까지 미리 받은 것은 결국 메리츠에 특혜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강력한 의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환 위원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절차는 국가 계약법에 따라 진행되고 있고, 여러차례 공개매각도 했다"며 시장의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신종 금융사기가 심각한 수준이고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복현 원장은 "여러가지 현황파악 등을 포함해 제도개선안까지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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