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4년 만에 다시 돌아온 ‘토마토 빠진 햄버거’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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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속 토마토 한 쪽의 '가격'은 얼마일까.
지난주부터 한국맥도날드는 일부 매장의 햄버거에서 토마토를 뺐다.
토마토 한 쪽과 커피 한 잔의 가치가 똑같아진 셈이다.
당시에 롯데리아는 토마토 한 쪽 가격이 평균 300원이라며 버거값에서 그만큼을 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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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햄버거에서 사라진 건 이상기후 탓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올여름 이어진 폭염으로 토마토 성장이 충분하지 못해 공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토마토가 잘 자라는 한계 재배 온도는 30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낮 온도가 35도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면 토마토 열매는 4분의 1가량 줄어든다. 토마토 주산지인 전북 장수군은 올 8월 한 달 동안 사흘을 빼고 모두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었다.
‘토마토 빠진 햄버거’를 맛보는 게 처음은 아니다. 4년 전에도 맥도날드와 버거킹, 롯데리아 등은 토마토를 빼는 대신 양상추와 같은 채소를 더 넣거나 가격을 내려 판매했다. 당시에 롯데리아는 토마토 한 쪽 가격이 평균 300원이라며 버거값에서 그만큼을 빼줬다. 그때도 이상기후 때문이었다. 2020년에는 장마가 54일(중부지방 기준)이나 이어졌다. 역대 가장 긴 기간이었다. 태풍까지 겹치면서 토마토 작황이 나빴고 지금처럼 가격이 급등했다.
다시 등장한 토마토 빠진 햄버거는 이상기후의 영향이 일회성에 그치진 않을 것이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시켜 줬다. 올해 초 벌어진 ‘금(金)사과’ 대란 역시 이상기후에 따른 흉작이 원인이었다.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면서 국내 사과 재배지 자체는 계속 북상 중이다. 현재 사과 주산지인 경북 지역이 봄에는 이상고온,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의 영향을 받는 일이 잦아지자 정부는 아예 더 서늘한 강원도를 미래 사과 주산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상기후가 농작물 생산 패턴을 바꾸는 모습들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60년 전만 해도 올리브 재배에 최적이라고 했던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선 올리브 농사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은 높아지고 강우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기에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면서 농부들은 특수 냉각 기계도 도입했다. 농사를 짓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미국 알래스카에선 ‘얼지 않는 여름’이 길어지면서 농장 수가 20년 전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러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이상기후가 그저 이례적인 일인 듯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남는 쌀을 웃돈을 주고 사들이고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한 쌀을 싼값에 되파는 데 쓴 비용만 1조7000억 원이 넘었다. 공공 비축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최대였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하는 전담 기관인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는 조성 사업 첫해부터 지연됐다. 지난해 잡혀 있던 예산 21억 원도 다 못 쓰고 절반 넘는 금액이 올해로 이월됐다. ‘정상기후’가 돼버린 이상기후는 먹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 속도에 맞춰 제때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를 기다리는 건 더 많은 익숙한 맛들과의 이별이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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