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공항 적자인데 10개 또 짓는 ‘에어 포퓰리즘’[오늘과 내일/황용식]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민간항공경영연구소 소장 2024. 10. 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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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민간항공경영연구소 소장
최근 본격적으로 재개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국비 8077억 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지난해 사업을 중단하고 재검토에 들어갔으나, 올해 7월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업 적정성 검토를 계기로 절차를 재개했다. 하지만 주민 대상 환경영향평가 설명회가 고작 20분 만에 항의 속에 종료된 일에서 보듯, 새만금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다. 특히 이미 군산과 무안에 공항이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에 또 다른 공항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날카롭게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공항 등 수요 논란… 재정 낭비 우려

이와 같은 논란은 새만금공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10곳에서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기존 공항들의 현실을 고려하면 ‘공항 대란’이라 부를 만하다.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 공항(73%)이 만성 적자를 기록 중이며 특히 무안국제공항, 양양국제공항, 여수공항 등은 매출 대비 영업손실이 수백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수요 예측과 전액 국비 투입이라는 운영 구조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여전히 각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은 신공항 건설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선거를 의식해 이에 부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원래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이 났던 사업이었으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다시 급부상했다. 결과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의해 공항 건설이 가덕도로 옮겨졌지만, 이는 공항의 필요성보다 정치적 논리가 우선된 결정이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국가적 자원과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 우려를 낳는다. 공항 건설 자체는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곳에 무리하게 공항을 짓는 것은 지역 발전이 아닌 재정 부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무안국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의 사례에서 보듯이 계획 당시 예측한 수요와 실제 이용객 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 결국 공항 건설에 투입된 국비와 운영 비용은 고스란히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오게 되는 셈이다.

과다한 공항 건설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스페인은 2007년 이후 공공지출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서 채권을 찍어내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스페인의 17개 지자체는 200조 원이 넘는 부채로 경쟁하듯 공항, 학교, 양로원 등을 지었다. 이러한 선심 정책은 궁극적으로 비행기를 한 번도 못 띄운 ‘유령공항’ 7곳을 만들어 낸 오명을 남기게 됐다.

일본의 경우도 1990년대 내내 공항, 도로, 철도를 짓는 SOC 사업을 남발했고, 사업 규모가 무려 114조 엔(약 1200조 원)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흉물 덩어리가 된 공공시설이 속출했고, GDP 대비 국가채무가 240%로 올라간 재정 적자 국가가 됐다.

정치권, 표심 계산 말고 경제성 재검토해야

결론적으로 신공항 사업이 과거 다른 국가들이 겪었던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지역의 요구나 정치적 계산이 아닌, 철저한 경제성과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공항 건설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공항이 지역 발전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신공항 유치만이 아닌 지역 산업 발전 계획, 지역 관광 활성화 등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책에서 1500년 전 인구 17만 명의 작은 나라였던 베네치아공화국이 국력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페카토 모르탈레(peccato mortale)’라는 국가 운영 원칙을 꼽았다.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뜻으로, 가장 큰 죄목은 공무원이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죄가 해당한다. ‘에어 포퓰리즘(airport+populism)’이 만연한 요즘, 1500년 전 베네치아공화국은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민간항공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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