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호불호 없는 아이돌 처음본다”…전속 계약서까지 있다는 이들의 정체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4. 10. 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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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7마리의 유기견 연습생들이 반려견 아이돌로의 데뷔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그 사이 연습생 유기견 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으며 2기 '제주 만다린즈'와 3기 '노지 감귤즈'가 결성됐다.

구 대표는 현재 또 다른 유기견 연습생의 반려견 데뷔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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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낙현 귤엔터테인먼트 대표
버려진 개들 안락사 막고자
K팝 아이돌 육성하듯 훈련
모두 반려견으로 입양 성공
유기견 아이돌 ‘제주탠져린즈’
지난 2021년 11월 7마리의 유기견 연습생들이 반려견 아이돌로의 데뷔 준비에 나섰다. 그룹명은 ‘제주 텐져린즈’. 멤버들 이름은 한라봉과 레드향, 금귤 등 제주 특산물의 이름을 빌렸다. 텐져린즈는 약 5개월간 연습생 생활 후 서울·부산 등의 가정으로 모두 데뷔(입양)했다. 하지만 그 사이 연습생 유기견 중 한 마리가 새끼를 낳으며 2기 ‘제주 만다린즈’와 3기 ‘노지 감귤즈’가 결성됐다. 이들 유기견 18마리는 지난 3월을 끝으로 전원이 국내외에서 데뷔에 성공했다.

구낙현 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약 2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반려견 아이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진짜 기획사를 차린 건 아니었지만 유기견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 K팝 아이돌 콘셉트를 차용해 화제를 낳았다. 제주도로 이주한 뒤 반려견 금배와 산책하던 중 쓰레기더미에서 강아지들을 구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로 넘겨진 믹스견 대부분이 입양되지 못하고 안락사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SNS를 통해 가족 찾아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중대형 믹스견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부딪혔다. 진돗개나 믹스견은 예방접종 등 기본적 관리 없이 험하게 키워도 된다는 인식 속에서 줄이 풀리고 길을 잃어 유기견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했다고 한다. 구 대표는 “최근 제주도 보호소 내에 공고된 유기견의 숫자를 세어보니 107마리 중 104마리가 믹스견이었다”며 “작고 하얀 품종견들은 항상 입양 신청자가 많아 추첨까지 가지만 유기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대형 믹스견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했다”고 덧붙였다.

구낙현 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유기견 아이돌 ‘오렌지’ [본인 제공]
아이돌 표준계약서를 본 따 ‘반려견 전속계약서’를 만든 까닭이다. 계약서는 반려견의 품위 유지를 위해 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사회화 교육과 복지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내용을 담았다. 입양가족을 선정할 때에도 결혼 여부나 나이, 직업 대신 계약서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우선했다. 구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집이 작다며 작은 개를 선호하지만 산책과 활동만 충분하다면 집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중대형 믹스견이 사나워서 반려견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기 전에 개들에게 바람직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현재 또 다른 유기견 연습생의 반려견 데뷔를 기획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떠돌이 개 중 하나다. 제주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동물보호교육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간 아이돌 그룹처럼 포토카드를 만들어 중대형 믹스견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있다. 그는 “수업을 마치고 유기견만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임시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을 유쾌하게 소개하는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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