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아 육지로 간 북극곰, 더 많은 질병과 싸운다

최우리 기자 2024. 10. 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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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혈액과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지구 평균보다 4배 빨리 더워지고 있는 북극에서 병원균의 전파 경로가 변하고 있으며, 북극곰 역시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다보니 북극곰들도 육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새로운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과학자들은 추론해왔다.

북극 추크치해 북극곰이 30년 전보다 더 많은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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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이동 늘어난 북극 생태계, 새 병원균에 위협받아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원들이 탈모증이 의심되는 북극곰의 탈모 부위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북극곰의 혈액과 배설물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됐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지구 평균보다 4배 빨리 더워지고 있는 북극에서 병원균의 전파 경로가 변하고 있으며, 북극곰 역시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경고했다.

카린 로드 미국 지질조사국 알래스카 과학연구소 야생동물연구 생물학자는 북극곰 연구 20년차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일을 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매년 봄 알래스카 북극곰의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표본을 채취하는 그와 동료들은 힘겹게 북극 현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에도 녹아내리는 북극의 환경이 불안정해 현장 연구를 조기에 중단해야 했다. 로드는 “우리는 병원균의 전파 경로가 북극을 포함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극곰의 건강상태를 살피는 것은 생태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지표”라고 말했다.

지난 40년 동안 북극 빙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빙 면적은 해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8만3천㎢) 크기만큼 줄었다. 대한민국 면적(10만㎢)보다 약간 좁은 면적이 매년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북극곰들도 육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새로운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과학자들은 추론해왔다.

혈액을 채취해 5가지 병원균에 대한 북극곰의 항체를 조사한 결과,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혈액에서보다 오늘날의 곰에서 두 배 이상 나타났다. 북극 추크치해 북극곰이 30년 전보다 더 많은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더 크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인근 보퍼트해와 캐나다 서부 허드슨만 다른 북극곰 개체들도 노출된 병원균이 전과 달라졌다.

병원균에 노출된 그 자체로 북극곰이 폐사하지 않지만 서서히 북극곰의 건강이 나빠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북극 외부에서는 흔한 병원균이지만, 북극곰들에게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배설물에 있는 톡소플라스마증을 유발하는 기생충이나, 토끼나 개 전염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대한 항체도 새로 검출했다. 연구자들은 먹이가 병원균에 노출이 많이 되면서 포식자인 북극곰도 이러한 병원균 수치가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에서 진행되는 온난화가 무서운 이유는 서로 상관없이 살던 종들이 만나게 되기 때문이라고 이 언론은 설명한다. 예를 들어 2002년 ‘포신 디스템퍼’ 바이러스는 북대서양에서 수천 마리의 유럽 바다표범을 죽였다. 2년 뒤 이 바이러스는 알래스카 바다 수달에서 발견되는 등 다른 바다와 다른 종으로 옮겨갔다. 바닷물이 섞이면서 북극에 살던 생물과 인근 아한대 기후대에 사는 생물이 접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었다. 온난화로 알래스카의 진드기도 흔해지자, 진드기를 매개로 하는 라임병 병원균도 차례로 발견됐다.

병원체 생물학자인 베키 헤스는 사체가 묻혀있는 토양에 갇혀있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폭염으로 시베리아 동토층이 녹아 탄저균 포자에 감염되었던 순록 사체가 드러나면서, 최소 1명의 어린이와 수천 마리 순록이 사망했다. 예카테리나 에조바 헬싱키 대학 연구원은 앞으로 수년 내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려 또다른 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 산하 한대 지역 공학 연구소에서 일하는 헤스는 알래스카의 녹아내리는 영구 동토층에 병원균이 존재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있다면 여기에 맞는 치료법도 개발하고자 한다. 그의 가장 큰 걱정은 콜레라이다. 콜레라로 숨진 이들이 묻힌 땅이 녹고 있어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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