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 국제 결제 체제 구축 촉구
달러 대항 경제 시스템 강조
서방의 제재를 받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비서방국가 원수들에게 달러 패권에 맞설 새 경제·금융 시스템 구축을 호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 결제 체제 구축에 공들여 왔지만,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한 달러 이용은 달러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큰 실수”라면서 “우리는 달러를 거부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지만, 달러와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의 새로운 투자 플랫폼과 곡물거래소 등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가 경제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 등에 재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 이후 서방의 각종 제재로 경제 활동에 제약을 받는 러시아로서는 대안 시스템이 절실하다.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하면서 국제 무역과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의 견제를 받는 중국의 시 주석도 “브릭스 국가가 주도적 역할을 발휘해 재정·금융 협력 심화와 금융 인프라 상호 연결 촉진, 높은 수준의 금융 안보 수호, 신개발은행(NDB) 강화에 나서고 국제 금융 시스템이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를 더 잘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달러 패권 체제와 브릭스 국가 간 이견을 고려할 때 푸틴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화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릭스가 반서구적으로 변하는 것을 경계하는 인도의 입김도 이런 배경 중 하나다.
범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의 아가테 데라마이스 연구원은 BBC에 “현 단계에서 브릭스 금융 시스템의 광범위한 개발과 채택을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면서 “미국 달러의 지배력은 무역 거래와 외환보유고에서 확고하고, 전 세계 무역 거래의 80% 이상이 미국 달러로 이뤄지며, 이는 중앙은행 준비금의 거의 60%를 차지한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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