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투자비 회수에 55년 걸리는 농어촌 도시가스

KBS 지역국 2024. 10. 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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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길고 긴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죠.

올 겨울은 역대급 한파가 찾아올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특히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 주민들은 난방비 걱정이 큰데요.

도시가스가 없는 농어촌의 실태가 어떤지, 그리고 왜 농어촌에 도시가스가 설치되지 않는지를 찾아가는K 김대영 뉴스캐스터가 하나씩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주민 70여 명이 사는 보성군 겸백면의 한 마을.

기온이 뚝 떨어지는 아침 시간, 88살 백미순 할머니는 이불 온기에 의지합니다.

집에 보일러가 있지만 벌써 틀기엔 기름값이 무섭기 때문입니다.

[백미순/보성군 사곡마을 : "(추울 때) 불 때고, 옷도 두껍게 입고, 기름값 많이 들지요. 전기세도 많이 나오고..."]

이 마을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서 주민 대부분이 등유나 LPG, 화목 보일러를 사용합니다.

도시가스를 쓸 수 있는 도심 지역보다 난방비가 훨씬 더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구/사곡마을 이장 : "(한 달에) 90만 원 정도 한 번에 들어가는 겁니다. 보통 한 달 정도 사용하는 기름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보성군은 도시가스 업체에 공급 확대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추진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영희/보성군 투자유치팀장 : "군에서 요청을 아무리 하더라도 이 부분은 (가스) 회사의 투자 방향이나 정책과 연관이 되기 때문에..."]

겨울만 되면 기름값 걱정을 하는 곳은 보성만이 아닙니다.

도시가스 보급률이 90%를 넘긴 여수시.

하지만 외곽인 율촌면의 보급률은 11%에 불과합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와 도시가스가 공급되더라도 바로 옆 농어촌 지역은 가스 공급이 안 되는 실정입니다.

[권영희/여수시 율촌면 : "(손주들이 오면) 추워서 자기 집 가자 그래 애기들이 그러면 하룻저녁이라도 자고 가라고 다독거리지. 그러니까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요."]

전남 읍면동 가운데 58%는 도시가스 공급이 전혀 안 되는 상황, 대부분 농어촌입니다.

농어촌 지역에 가스 공급이 잘 안되는 이유는 뭘지, 실제 공급 과정과 경제성을 살펴봤습니다.

최근 도시가스 공급이 마무리된 여수시 원도심의 한 마을.

870미터 길이의 배관과 설비를 설치하는데 업체가 쓴 돈은 3억 원, 이 가운데 6천만 원은 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마을 주민은 100여 세대인데, 각 세대 평균 사용량만큼 가스를 쓴다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업체가 세제곱미터당 888원에 사오는 가스를 978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업체로 들어오는 수익은 430만 원.

자치단체 보조금을 제외한 투자비 2억 4천만 원을 회수하려면, 무려 55년이 걸립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시가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단독주택 지역 가지고 투자 검토를 하게 되면 (사업비 회수에) 50년 넘는 곳들이 나와요. 30년, 40년, 50년 그러면 의미가 없는 거죠. 이걸로 경제성 검토한다는 것은 그건 안 맞습니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 요금도 수도권에 비해 전남 등 비수도권이 더 비싸서,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됩니다.

도시가스 위주의 취약계층 난방비 정책도 농어촌을 고려해 개선하고, 농어촌에 맞는 대체 에너지 개발도 필요합니다.

[김원이/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 "도시가스 회사에 맡길 일이 아니라 사실은 정부가 책임져야 될 문제인 거죠. 농어촌·도서·산간 지역 등 지방소멸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통해 도시가스 보급률을 높여야 된다."]

해마다 낙후된 주거환경에 추위를 걱정해야 할 지역민들이 많습니다.

마을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도시가스 공급은 예산만 따질게 아니라, 지역민들 복지 차원에서 접근할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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