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7시간은 자야하는데"...미리 불안? 잠은 더 달아나

김성훈 2024. 10. 24. 21: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잠을 못 잤어도 기분 나빠하지 말아야
잠자는 시간에 대한 집착이 불면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여전히 몽롱하고 피곤한 느낌이 든다면 잠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수면의 양이니 질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피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중요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마음가짐이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도했다. 영국 워릭대 수면 및 통증 연구실 책임자인 니콜 탕 박사는 "수면의 질이나 양이 아침에 상쾌함을 느끼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다"면서 "수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나 우리가 얼마나 피곤한지 평가할 때의 기분 등이 모두 이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 심리적 과정이 불면증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연구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수면은 심리적 각성 상태가 높아질 때 방해를 받는다. 이는 우리의 생각, 믿음, 주의를 집중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역설적 불면증'이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객관적으로 정상 범위에서 잠을 잤는데 제대로 못 잤다고 믿고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다.

토론토대 수면과 인간 진화 연구장인 데이비드 샘슨 박사에 따르면 수렵채집 사회의 인간은 밤에 5.7~7.1시간 잠을 잤다. 현대 사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가 살펴본 나미비아와 볼리비아의 두 관찰 그룹에서 3% 미만이 잠들거나 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 사회에서 보고된 최대 수치는 30%다.

샘슨이 '수면에 대해 행복할까? 수면에 만족할까? 수면은 괜찮을까?'라고 물었을 때 10명 중 9.5명이 '잠을 좋아해'라고 대답했다. 그는 "서구에서 인간이 그 어느 때보다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완전한 헛소리"라며 "수면에 너무 집중하면 잠을 자기가 더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다음 날 더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황과 시간에 따라 개인에게 최적의 수면 시간이 없다는 의미다. 수면은 환경적, 문화적, 심리적, 생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 협상 가능한 양이라는 설명이다.

잠 잘자는 방법이 오직 하나라고 믿지 말라...역효과로 인한 수면 불안

잠 잘자는 방법이 오직 하나라고 믿는 것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수면에 대해 엄격한 믿음을 갖는 경향이 있다. 가령 7시간 자지 못하면 내일 내 컨디션은 안좋을거야와 같은 생각이다. 이들은 수면 관련 신호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모든 생각은 각성과 불안을 늘려 수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탕은 "사람들이 다음 날 얼마나 깨어 있었는지 알면 잠을 못잤다는 느낌이 더 심해져 피곤함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날 밤 잠을 잘 수 없을까 걱정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타 수면진단 회사 Nox Health의 제이슨 옹은 "불면증이 있는 사람이 '나는 8시간 자야 해'라는 생각을 하거나 이에 집착하면 문제"라며 "수면에 너무 집중하면 눈을 감는 것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다음 날 더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워치는 우리가 수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지만, 동시에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분 좋게 일어났지만 스마트 워치가 평균 이하로 잠잤다고 알려주면 그 정보가 없었을 때보다 더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한 연구에서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연구자들이 스마트 워치의 수면 데이터에서 얻은 것이라고 말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이 피드백은 가짜였다. 절반은 잠을 잘 못 잤다고 들었고, 절반은 잘 잤다고 들었다. 전자는 후자보다 더 피곤하고, 덜 깨어 있고, 기분이 더 나빴다고 말했다.

최근 한 소규모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5시간 또는 8시간 수면을 취한 후 이틀 연속으로 깨어났다. 그들의 시계는 반대로 생각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5시간 자는 사람들은 8시간 잤다고 생각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5시간 자고 8시간 잤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신체 반응이 빨랐다.

수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좋은 수면 위생(알코올 카페인 피하기, 규치적인 수면 등)을 실천하는 동시에 수면에 집착해 기분이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완벽하게 잠을 자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던 때를 떠올려보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나쁜 하루를 보내리라 생각하지 말자.

김성훈 기자 (kisada@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