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우려 표명하지만…우크라 지원 확대는 ‘미지수’
미·나토, 북 파병 공식 확인
독·오스트리아, 북 대사 초치
우크라, 장거리 무기 사용 촉구
미 “정책에 변화 없다” 거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잇달아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인정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을 지렛대 삼아 장거리 무기 사용 확대를 비롯해 서방의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려는 서방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23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나토는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정보를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연이어 공개했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과 나토는 “사실이라면 문제” 정도로만 발언했는데, 이날 처음으로 이를 인정한 것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러시아 파병에 항의하기 위해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초치했다.
그동안 여러 국가 출신 용병이 러시아군이나 우크라이나군에 고용돼 참전한 적은 있으나, 제3국이 자국 군대를 파병한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CSIS 기고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보낼 병력의 수는 한도가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넜다.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인을 죽이기 위해 군대를 보내겠다는 북한의 결정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파병을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동맹국들이 북한이 파병한 사실을 숨기지 말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바라는 건 크게 나토 가입과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로 압축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6일 밝힌 ‘승리 계획’에도 이 두 가지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에이태큼스(ATACMS)와 영국의 스톰섀도 등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이는 서방이 넘지 않으려는 ‘선’이다. 특히 미국은 난색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집단방위를 규정하는 나토 헌장 5조에 따라 미국까지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는 데다,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한다면 러시아의 더 큰 보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미국이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러시아는 핵 교리를 개정하며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맥락상 비핵보유국 우크라이나가 미국 등 다른 핵보유국으로부터 받은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들어주긴 쉽지 않아 보인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중요한 시기에 북한군이 투입되면 지치고 인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젤렌스키의 ‘승리 계획’은 서방, 특히 미국에서 무관심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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