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인적쇄신 요구에 반발…대통령실 행정관들 ‘집단행동’ 검토
대응 미흡한 윗선에도 불만…“여권 분열 상황 단면” 평가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일부 행정관을 거론한 데 대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한 대표의 비판을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 대통령실 수뇌부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이 힘 싸움 양상을 띠면서 실무진인 행정관들까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여명의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한 대표가) 대선 때부터 동고동락해온 동지들, 그중에서도 행정관들을 호가호위 운운하며 비선이라고 매도했다”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위세로 자격에도 안 맞는 법무부 장관이 되고 호가호위한 건 오히려 한 대표 본인”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만나 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 대상자로 비서관과 행정관 8명을 거론한 바 있다.
이들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윗선’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표가 지목한 일부 행정관들은 비선 실세가 아닌데도 정 실장 등이 제대로 대응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애초에 본인들이 똑바로 직원 보호를 해주지 않아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행정관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참고 있을 뿐 실행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실무진인 행정관들이 단체로 목소리를 내려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부에선 성실하게 일하는 행정관들까지 공격한 한 대표 때문에 참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입이 없는’ 실무진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행정관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윤·한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여권 내부가 사분오열하는 상황의 한 단면으로 평가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행정관들의 목소리가 보도되는 상황을 두고 “대통령실과 당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이상 현상”이라고 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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