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확실성에 꺾인 수출 “내년이 더 문제”
IB 등은 ‘피크아웃’ 우려…전문가 “트럼프 당선 땐 위기”
한국 경제가 3분기에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하며 2분기 연속 역성장은 피했지만 수출 중심의 성장경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미국 대선 결과 등의 여파를 감안하면 수출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내수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2022년 4분기(-3.7%)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수치다.
한은은 3분기 수출 감소의 배경으로 자동차·화학 등 비정보기술(IT) 품목 부진과 IT 품목의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자동차 업체의 파업으로 자동차 수출 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었고, 전기차 수요 부진 영향으로 화학제품의 수출이 부진했다는 것이다. IT 품목에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최근 조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반도체 수출 물량도 주춤한 영향이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발표한 ‘10월1~2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이 기간 수출은 327억66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9%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업일수가 줄어든 영향이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품목의 수출은 대부분 감소했다.
향후 수출과 관련한 글로벌 여건은 안갯속이다. 중국의 경우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연간 5%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경기 부진은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무역 여건이 크게 널뛸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를 올릴 가능성도 크다.
이미 시티·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등은 한국의 수출 성장세를 두고 ‘피크 아웃’(정점을 찍고 하락)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날 “한국 수출은 최근 모멘텀을 잃고 있다”며 “인공지능 열풍으로 반도체 출하량 호조가 올해 수출 급증을 견인했는데, 반도체 슈퍼 사이클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는 위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로 수출이 늘어날 동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내년 수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라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내년 하반기부터 수출 경기가 흔들리는 게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가 내년은 올해보다 둔화될 테고, 중국도 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출은 둔화되고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회복세가 미약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 2.4%보다 낮은) 2.2%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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