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토위서 '대통령 관저' 의혹 집중 추궁…"알음알음 업체 선정"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야권은 대통령실 관저 불법 증축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로부터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냔 의혹을 받는 김태영 21그램 대표의 국회 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맞붙으며 한때 파행을 겪기도 했다.
여야는 김건희 여사의 2023년 제주도 출장 과정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야당이 김 여사가 대통령 없이 홀로 대통령 전용기를 탔다며 위법이라고 주장하자, 여당은 과거 모든 영부인이 동일한 경호 규정을 적용받았다고 맞받았다.
한 의원은 "2019년 6월5일 1억7000만원 규모의 공사 계약"이라며 "국토교통부가 공사명을 '혁명, 그 위대한 고통 전'이라고 표기해 제출했는데 확인해보니 유명한 것이더라. 이 전시는 (김 여사가 대표이사를 지낸) 코바나컨텐츠, 여성가족부 장관에서 낙마한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의 위키트리,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가 협찬하고 함께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의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관저 이전을 총괄했던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 한국공항공사 사장 후보로 지원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전 비서관은 한국공항공사 사장 공모에 응모해 현재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검증 단계에 있다.
안 의원은 박상우 국토부 장관에게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저 이전 논란과 관련해 국가 계약 및 공사 관련 법령 위반 사실을 다수 확인했고, 당시 총괄책임자였던 김오진 전 비서관이 이러한 사실을 보고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며 "한국공항공사의 주요 주주로서 김 전 비서관의 사장 임명에 반대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공항공사 지분의 47.3%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박 장관이 "그분(김 전 비서관)의 인품과 실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항공사 사장의 자질은 된다고 생각한다"고 하자, 안 의원은 박 장관의 말을 끊어내며 "감사원은 대통령실에(김 전 비서관의 법 위반 사실을)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 후보자 관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고 시정요구도 했다. 감사원의 당부를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알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황윤보 원담종합건설 대표이사를 상대로도 질의를 이어갔다. 원담종합건설은 21그램의 주선으로 공사에 참여했지만, 실제 공사는 에스오이디자인에 맡겨 불법으로 명의를 대여한 게 아니냔 의혹을 받는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관저 증축공사에 참여하게 된 경위'를 추궁했다. 황 대표는 21그램 대표와의 친분은 없다고 밝혔으나, 21그램 현장 직원과의 친분으로 관저 공사에 참여했다고 했다. 문 의원은 "대통령 관저 공사를 그런 식으로 업자를 선정했다는 얘기다. 그냥 알음알음으로"라고 비판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황 대표에게 '코바나 출신 대통령실 행정관들을 아는지' 물어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 윤 의원은 이어 공사 완료 뒤에 계약이 이뤄진 점을 지적했고, 황 대표는 "원래는 계약부터 해야 했는데, 관저 공사의 긴급성에 따라 선 공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황 대표는 공사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는 지적엔 "계약 이전에 공사를 진행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는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가 합당한 이유 없이 나오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동행명령장 수령을 회피하면 국회를 모욕한 것으로 보고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국민의힘은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중지하고, 동맹명령장 집행에 동행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법에 따라 동행명령이 필요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 그러나 동행명령장 집행은 국회의원의 역할이 아니지 않나"라고 했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계속하자. 정치적 쇼잉을 하려는 것이 아니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동행명령 집행은 모두 불발됐다. 야당 의원들과 국회 조사관들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 증인들의 자택을 찾았지만 모두 부재해 전달하지 못했다. 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할 방침이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지난해 10월6일 제주도 출장 과정에서) 혼자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대통령 등 항공기 분리 기준'을 적용받았다"며 "이는 공적 재산을 사유화한 국기문란 행위로 형법·항공 보안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공기 분리란 비행기 주변에 다른 항공기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공군 방공 통제소에서 'VIP가 탑승했다'는 허위 사실을 전달하면서 분리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렇게 되면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이 되고, 같은 법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도 의율 될 가능성이 있다는 법적 검토를 받았다"라고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과거부터 영부인은 '대통령 등 항공기 분리 기준'의 적용을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야당이 김 여사만 겨냥해 같은 상황에 다른 해석을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는 대통령 휘장이 달린 전용기에 탑승했고, 영부인이 (공군) 2호기나 다른 비행기를 타면서 분리 비행을 했던 게 김정숙·권양숙·이희호 여사까지 합쳤을 때 수십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야당 주장대로면 역대 모든 영부인이 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김 여사가 당시 참석한 제주도 서귀포 은갈치 축제는 서귀포 수산협동조합이 주최한 행사로 주최 측이 공식 초청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제주도지사는 김 여사에게 '참석해 줘서 고맙다'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도 재차 다뤄졌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국토부 장관이 김 여사 처가 땅과 고속도로 노선이 미세하게 비껴가고 토지보상법상 토지수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었지만, 실제는 달랐다"며 "고속도로가 강상면 방면으로 놓이면 김 여사 모친이 소유한 토지에서 유일하게 연결되는 길이 단절되고, 해당 도로가 없어지면 모친소유 땅은 맹지가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처가 소유 땅에서 흑염소와 칠면조를 키우는 것 외에 양봉하고 있는 사진도 추가로 공개했다. 그는 "셋 다 토지보상법 시행령에 규정된 보상 대상이다. 나는 이게 충분히 증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대안 노선으로) 그 땅이 맹지가 되면 대체 도로를 만드는 것도 사업에 포함된다"며 "맹지가 될 것 같으면 교각을 세워 들어가든지, 진입도로를 만들어 주는 게 훨씬 보상보다 싸기 때문에 (대안을 찾는다)"며 "아니면 담당 공무원이 다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가 30~40년 근무한 국토부의 공무원들이 이런 외압에 노선을 바꾸고 하지 않았으리라 믿고 있다"며 "예타를 받아보고 엔지니어 입장에서 최적의 노선 찾도록 과업 지시서에 돼 있다. 이 과업 지시서는 지난 정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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