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명태균 수 차례 서울행 티켓 확인..."윤 총장이 보고서 안 온다고 난리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명태균 씨가 대선 기간 서울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가 새롭게 확인됐다. 이번에 새로 드러난 증거는 대선 기간, 명 씨 명의의 항공권 예약증이다. 이는 대선 당시 서울을 방문한 흔적조차 없다고 극구 부인했던 명 씨의 해명과는 정면 배치된다.
이와 함께 경선 이후로는 명 씨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해명과 달리,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윤석열 후보로부터 직접 문자 메시지까지 받으며 여론조사 보고서를 매일 보고했다는 명 씨의 육성 녹음파일도 새롭게 드러났다. 윤석열 당시 후보 측이 명태균 씨로부터 공짜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았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뉴스타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해 확보한 비행기 탑승객 예약확인서 등에는 대통령 선거 두 달 전인 2022년 1월부터 선거일이었던 3월 9일까지, 명태균 씨가 최소 세 차례 이상 서울과 부산에서 비행기 항공권을 본인 명의로 예약한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대선을 약 50일 앞둔 2022년 1월 18일, 명태균 씨는 서울에서 저녁 7시 30분 부산으로 출발하는 에어부산 BX8827 편을 예약했다. 대선 15일 전인 2022년 2월 22일에는 오후 1시 10분, 부산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행편을 명 씨 명의로 예약했다. 대선을 엿새 앞둔 2022년 3월 3일 오후 3시에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에어부산 항공권을 명 씨 명의로 예약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 대선 전 최소 3차례, 명씨 명의로 된 항공권 예약 확인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대선 전 서울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명 씨의 해명에 배치 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최근 명 씨는 인터뷰에서 “대선 기간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김종인 위원장께서 그렇게 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022년 3월 21일자로 예약된 명 씨의 부산발→서울행 항공권 예약 확인증이 국회를 통해 공개 됐을 때도, 명 씨는 ‘대선이 있었던 3월 9일 이전에는 비행기를 탄적이 없다’는 취지로 대선 기간 서울 체류를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대선을 임박한 시기에 명 씨 명의로 된 항공권 예약증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대선 기간 서울에 없었다’는 명 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이후로는 명씨와 거리를 뒀다’는 대통령실의 지난 8일 해명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명씨는 대선 기간 왜 이렇게 자주 서울에 머물렀을까.
서울을 방문하게 된 여러가지 목적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명씨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윤석열 후보 또는 윤 후보 캠프에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및 그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뉴스타파가 입수한 다수의 통화 녹음에는 대선이 임박한 시기 명태균 씨가 윤석열 후보 측에 매일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데 주력했던 흔적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 명태균 : 작업 다 하고 나한테 얘기하지 말고. 그러면 수정 또 해야 하니까.
○ 강혜경 : 네.
● 명태균 : 매일 윤석열한테 보고해줘야 돼.
○ 강혜경 :알겠습니다.
- 2022년 2월 28일 오후 2시 13분 통화 내용
또한 대선 6일 전인 2022년 3월 3일 오후 3시, 명 씨 명의로 예약된 서울행 비행기가 출발하기 직전에도 명 씨는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 후보로부터 문자가 왔다’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 작성을 독촉했다.
○ 강혜경 : 여보세요.
● 명태균 : 오늘 빨리 돌리면 오늘 저녁에 나오죠?
○ 강혜경 : 네.
● 명태균 : 오늘 다 뽑아줘야 돼요. 윤석열 총장이 문자가 왔네.
○ 강혜경 : 알겠습니다. 지금 (여론조사 응답자) 2천 200개 지금 찼거든요.
● 명태균 : 네?
○ 강혜경 : 2천 200개 정도 찼거든요. 한 2시 반…
● 명태균 : 네, 보고서 하고 오늘 다 나와야 돼요.
- 대선 6일 전 2022년 3월 3일 오후 1시 16분 통화 내용
특히 2022년 3월 7일, 대선 이틀 전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윤석열 후보 측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 보고서 제출을 독촉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통화녹음도 새롭게 드러났다.
○ 강혜경 : 여보세요?
● 명태균 : 지금 보고서 안 온다고 난리다.
○ 강혜경 : 네 지금 하고 있습니다.
● 명태균 : 네
- 대선 이틀 전 3월 7일 오전 11시 16분 통화 내용
이처럼 뉴스타파가 지난 대선 기간 명태균 씨의 서울행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윤석열 후보를 위해 작성한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 후보 측에 수차례 제공했다는 의혹을 풀어줄 핵심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윤석열 후보 캠프가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대통령 선거 비용 회계 자료에는 명 씨가 수행한 여론조사의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명태균 씨와 강혜경 씨 또한 윤석열 후보 측이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을 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윤석열 후보 측이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보고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후보 측에 보고했다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명태균 씨의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뉴스타파 조원일 callme11@newstapa.org
Copyright © 뉴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