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50년‥아직도 꺼질 수 없는 '횃불'

이혜리, 이용주 2024. 10. 2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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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한 원로 언론인들이 50년 만인 오늘, 옛 회사를 찾아 다시 '자유 언론'을 외쳤습니다.

군사독재정권을 비롯해 지나간 과거의 일일 것만 같던 자유 언론의 문제가 다시 오늘의 일이 돼버린 지금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혜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9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편집국.

이른 아침부터 모여든 기자들 앞에 여덟 글자로 된 휘호가 내걸렸습니다.

'자유언론 실천 선언'.

[당시 동아일보 직원들] "우리는 자유 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 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선언하며 우리의 뜨거운 심장을 모아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검열과 보도 지침에 억눌렸던 기자·PD들이 저항의 깃발을 올리자, 박정희 정권은 광고주에 압력을 넣고 언론인들을 무더기 해고했습니다.

50년 세월을 건넜습니다.

독재의 탄압에 맞선 그날의 외침은 같은 자리에서 다시 울려 퍼졌습니다.

"자유언론 쟁취하자, 쟁취하자, 쟁취하자!"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자유언론 실천 선언 50주년에 긍지를 갖기 전에 오늘 한국의 언론인, 언론이 이 모양 이 꼴로 돼 있는 것이 저희들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렇게 자괴심을 먼저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창현/전국언론노조 위원장] "50년 전 선배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싸움을 당당하게 당면하겠습니다."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

'꺾일지언정 굽히진 않겠다'는 결기가 아로새겨진 이 조형물은 오늘의 언론과 언론인들에게 여전히 양심을 묻고 있습니다.

반세기 전 언론자유의 횃불을 들었던 선배와 끝나지 않은 투쟁을 이어가는 현역 후배의 대화, 이용주 기자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인 이부영입니다."

[정유신/YTN 기자] "YTN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정유신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해직 기자' 출신입니다.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1970년대) 유신 체제가 선포되기 전후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관계로 언론계를 떠나는 일이 발생했어요. 그때 심경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언론을 지켜야 된다…내가 동아투위 대변인을 했어요. 외신 기자들한테 브리핑 해주느라고 내가 박정희 정권한테 완전히 찍혀버린 거야…"

[정유신/YTN 기자] "대선 특보 출신의 낙하산 사장이 MB(이명박) 정권 때 사장으로 와서, 반대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대량 해직 사태가 발생을 했었죠. 9년차 기자였는데 돌발영상팀에 있다가 본보기성으로 (해고)했던 것 같고…"

저항이 힘에 부칠 때마다, 이들을 일으켜 세운 건 시민이었습니다.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인혁당 유족이) 와서 내 멱살을 잡는 거예요, 누구냐고. 그래서 동아일보 기자라고. '왜 취재하는 건 하나도 (신문에) 내지를 않는데 적고 있느냐, 중앙정보부원 아니냐' 이러는 거예요. 그때 정말 죽고 싶다는 정도의 모욕감을 느꼈어요. 언론이 이렇게 오해를 받을 수 있구나…"

[정유신/YTN 기자] "(2008년) 집회를 하고 행진을 하다가 YTN을 바라보고 시민들이 외칩니다. 'YTN 불 꺼라, 너희들 대선 특보 출신 사장이 와서 제대로 보도를 안 하고 있지 않냐, 뭐 하러 불 켜고 있냐, YTN 불 꺼라'."

현 정부 들어선, 취임과 동시에 사과를 하는 방송사 사장들이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박민/KBS 사장(작년 11월 14일)]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김백/YTN 사장(올해 4월 3일)]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진정 누구에게 머리를 숙인 것인지, 혼란스런 시민들이 적지 않았지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정유신/YTN 기자] "김백 사장이 새로 온 다음부터는 위에 권력 눈치를 보기 시작했죠. 수십 년 동안 쌓아왔던 프로그램이 있는데 다 무시합니다. '앞으로 명품백 화면을 쓰지 마라'라는 식의 그런 내부적인 지침 같은 게 돌고…"

자사 출신인 권력자의 항변은 생중계로 전파를 탄 반면, 신고자의 목소리는 외면당했습니다.

[정유신/YTN 기자] "'우리(방심위 공익 신고자)만큼 류희림도 조사해라' 하지만 그 한마디를 YTN에서 제대로 보도를 못 한 거죠. 못 하고 오히려 국회를 무시하고 국회에 불참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쓰기 위한 걸로 보이는 '류희림 라이브'는 엉뚱하게 연결을 해주고…"

"언론자유는 누가 지켜주는 게 아니다", "언론인 스스로 행동에 옮겨야 한다", 50년이 흘렀지만, 오늘의 해법 역시 지극한 상식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이부영/동아투위 위원장] "(1974년) 자유언론특위라는 걸 만들었어요, 각 부서마다. 그날 어떤 기사가 빠졌는지, 그날 어떤 기사가 부풀려졌는지, 그걸 다 기재를 했어요. 부역을 하던 부·차장들이 꼼짝을 못하게 된 거예요. 언론 자유는 말로 떠들어서 되는 게 아니고 이런 실천적인 노력들, 이것이 모여질 때 언론 자유도 지켜지고 자기 권익도 지켜지는 거예요."

MBC뉴스 이용주입니다.

영상취재: 손지윤 위동원 노윤상 / 영상편집: 류다예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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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손지윤 위동원 노윤상 / 영상편집: 류다예 송지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649589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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