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집 놀러왔다고…" 알고도 처벌 못하는 '불법 공유숙박'

신용현 2024. 10. 2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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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전까지 주소 공개 없어 단속 어려워
"누군가 찾아오면 무시하라"
매년 적발사례 늘지만 제재 사례 일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유 숙박업에 대한 불만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불법 촬영, 탈세, 이웃과의 갈등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진 데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 씨의 불법 숙박업 의혹이 불거진 게 불을 댕겼다. 공유 숙박업소 상당수가 불법 운영 중으로 알려지면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도시에서 공유숙박 영업은 관광진흥법상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등록된 곳만 가능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아야 한다. 이때 호스트는 반드시 해당 숙소에 실거주해야 한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시설이 아니어서 숙박시설로 등록할 수 없고, 아파트는 인근 입주민 동의가 필수다.


최근 공유 숙박이 불가능한 오피스텔을 객실로 제공했다는 의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 숙박 플랫폼에서 서울지역 숙소를 검색해보면 오피스텔로 추정되는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상품 안내 어디에도 '오피스텔'이라는 안내는 없다. 방문객 리뷰를 보면 지하철역 출구 번호와 인근 상점 이름, 해당 숙소 1층에 위치한 편의점 등 숙소의 구체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건물은 공유 숙박 영업이 불가능한 오피스텔로 확인됐다.

통상 공유 숙박 상품은 사용자가 결제를 마치기 전까지 정확한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불법 숙박업 운영자는 인근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단속반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 찾아오면 무시하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적발된 경우 "친구 집에 놀러왔다", "친척집에 잠시 방문했다"는 등 대응 방법까지 사전에 공유하는 꼼수도 늘고 있다. 불법 숙박 영업에 따른 피해는 입주민만 고스란히 떠안는 형국이다.

또 현행법상 도심 지역에서 내국인 공유 숙박 대부분은 불법이다.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받은 '위홈'에 등록된 업소에서만 내국인 공유 숙박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숙박 플랫폼 공유숙박 이용자 후기에 한국 국적과 한글 등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글이 상당수다. 앞서 단속반에 친구, 친척집에 놀러왔다고 답변하라는 자체가 투숙객이 한국인임을 알고도 받아준 셈이다.

불법 공유 숙박 적발 사례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일부에 대해서만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차규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지자체의 불법 공유 숙박 적발 사례는 총 750건이다. 다만 별다른 제재 없이 48건(6.4%)에 대해서만 세금 추징 등 조치가 이뤄졌다. 불법 공유숙박 영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2만 개에 달하는 공유 숙박업소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조치 없이는 불법 숙소가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이에 따른 피해는 이용객, 기존 숙박산업 관계자가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단속에도 현실적으론 우후죽순 늘어나는 공유 숙소 가운데 불법을 모두 걸러내긴 어려운 실상이다. 이 때문에 숙박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불법 영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합법 숙소만 받아줘 논란을 해소하고 공유 숙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자는 취지다. 앞서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영업신고증을 내지 않은 '미신고 숙소'를 자사 플랫폼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직접 불법 숙소 퇴출에 나섰다.

에어비앤비는 불법 숙소 퇴출 조치와 관련해 "그간 플랫폼에 등록된 숙소 상당수가 미신고 숙소라는 오해와 함께 에어비앤비 숙소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의 오해를 벗고 국내 이용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존 등록 숙소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기간을 줘 불법영업 보장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에어비앤비 외에 다른 플랫폼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불법 영업이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여전히 내제된 상태다.

한편 국내 공유 숙박 산업은 매년 성장세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의 연평균 숙소(리스팅)수 성장률은 23%에 달한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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