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공사기간에…10대 건설사 하도급 분쟁 급증

김윤나영 기자 2024. 10. 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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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3건 → 지난해 53건
올해는 1~8월에만 44건 접수
합의 이룬 경우, 절반도 안 돼

삼성물산과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 사업 하도급 계약을 맺은 인테리어 업체 A사는 지난해 8월 아파트를 다 지은 뒤에도 80억원 규모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A사는 삼성물산과 체결한 계약금 1억5900만원, 계약서에 없는 추가 공사비용 25억원,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공사비 25억원 등 총 80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10대 건설사와 하청업체 간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 등 국내 10대 건설사의 하도급 관련 분쟁 접수는 2021년 31건, 2022년 33건, 2023년 53건으로 늘어났다. 올해 1~8월에만 44건의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원·하청이 합의에 도달하는 경우는 2021년을 빼고 50%를 넘지 않았다. 10대 건설사의 합의 성립률은 2021년 58%(18건), 2022년 39%(13건), 2023년 49%(26건), 올해 1~8월 27%(12건)였다. 2021년~지난 8월 누적 합의 성립률은 42.9%였다.

국내 3대 건설사인 삼성물산(29%), 현대건설(40%), 대우건설(36%)의 합의 성립률은 10대 건설사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공사기간이 길어진 데다 원자재값마저 오르면서 원·하청 건설사 간 분쟁이 늘어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부터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9개월로, 최근 4년(2020∼2023년) 평균(25개월)보다 4개월 길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용 중간재 물가지수가 3년 전보다 35.6% 올랐다고 집계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하청업체들이 원래 계약금으로 공사하기 어려워졌는데, 원청은 늘어난 공사비를 주지 않아 하청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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