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을 부르는 세상에서 ‘극단적인 부’를 제한한다면[책과 삶]
부의 제한선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 김승진 옮김
세종서적 | 416쪽 | 2만2000원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한다고 규정한다. ‘세계 부 데이터북’에 따르면 한국은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 이상(53.3%)을, 특히 상위 1%가 전체 부의 5분의 1 이상(22.3%)을 가졌다.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부의 제한선>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제어하려면 빈곤층을 지원하고 극단적인 부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철학과 교수인 그는 불평등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의 지도를 받았다. 로베인스는 극단적인 부가 반드시 부패와 부정을 동반한다고 본다. 도덕·정치·경제·사회·환경·심리 측면에서 모두 정당화할 수 없으며 부자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고 지적한다. 기회의 평등을 파괴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가 불가능하며, 민주주의의 안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로베인스는 ‘누구도 억만장자가 될 자격은 없다’고 본다. 사람은 자신의 부모, 장소, 시대를 선택해 태어날 수 없고 부는 상속되며 축적되기 때문이다.
로베인스가 주장하는 ‘부의 제한주의’는 명확하다. 정치제도가 제약해야 하는 ‘정치적 제한선’으로 순자산 1000만달러를, 돈이 더 있어도 후생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윤리적 제한선’으로 100만달러를 설정한다.
로베인스의 ‘제한주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기틀로 삼은 국가에선 제도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주장이다. 로베인스는 신자유주의와 경제적 계급을 해체시키고 경제권력을 재편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구체적인 방법까진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로베인스의 아이디어는 부의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평등한 사회’를 위한 상상과 고민의 여지를 열어 준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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