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10대 소년이 겪은 ‘지옥’[책과 삶]
관타나모 키드
제롬 투비아나 지음
알렉상드르 프랑 그림·만화 | 이나현 옮김
돌베개 | 176쪽 | 1만9000원
무함마드 엘-고라니는 198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중앙아프리카 차드에서 이민을 왔다. 사우디는 이민자 차별이 극심했다. 이민자의 자녀에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래서 열네 살의 엘-고라니는 거리 위에서 친구를 사귀고 세상을 배웠다. 이슬람 성지인 메디나에는 기도용 묵주나 시원한 물을 사려는 순례자가 많았다.
어느 날 엘-고라니에게는 꿈이 생긴다.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영어와 정보기술(IT)을 공부해 거리 생활을 벗어나겠다고 말이다. 엘-고라니의 비극은 그의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파키스탄 당국이 외국인이자 아직 10대인 엘-고라니를 ‘알카에다 소속 테러리스트’라며 미국에 넘긴 것이다.
<관타나모 키드>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최연소 수감자였던 무함마드 엘-고라니의 실화를 다룬 그래픽노블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를 가둬둔 시설로, 고문과 학대의 대명사와도 같은 곳이다. 관타나모의 끔찍한 실상은 엘-고라니의 증언과 흑백의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엘-고라니가 끌려간 이곳은 인종차별과 고문, 증오, 폭력이 가득하다. 미군은 이슬람교도인 수감자들에게 돼지고기를 준다. 이들에게 엄포도 놓는다. “여긴 탈출 불가야. 너희들은 여기서 평생 썩을 거야.” 하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엘-고라니는 저항한다. 노래를 하고, 음식을 거부하고, 똥과 오줌을 미군에게 뿌린다. ‘수감번호 269번’으로 불리길 거부한다. 관타나모에서 보낸 8년 동안 이 소년은 인간다움과 유머를 잃지 않음으로써 존엄을 지킨다. <관타나모 키드>가 보여주는 것은 제국이 소년 앞에 무릎 꿇는 과정이다.
브뤼셀 만화 페스티벌 최우수 논픽션 그래픽노블, 영국 엑실시오르어워드블랙 1위 수상작이다. 프리랜서 기자인 제롬 투비아나가 엘-고라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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