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앉은 마비 환자 몸에 착 붙은 ‘이것’…몇 분 뒤 기적을 일으켰다
지팡이로 무선신호 보내면
로봇 다가와 자동으로 착용
휠체어 탄 채로 혼자 입고
계단 오르기·문 통과도 가능
17년 로봇 연구 공경철 교수
“보행장애 겪는 분들 돕겠다”
‘아이어맨’ 등 공상과학(SF) 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웨어러블 로봇이 현실에 등장했다. 국내 연구팀이 휠체어에서 내릴 필요 없이 로봇이 직접 걸어와서 자동으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보행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이 로봇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데 새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경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인 ‘워크온슈트 F1’를 24일 공개했다.
워크온슈트 시리즈는 공 교수 연구팀이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해 온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연구개발(R&D)을 통해 2016년 워크온슈트1를 처음 발표했고, 2020년 워크온슈트4를 개발했다. 워크온슈트4는 착용 후 시속 3.2㎞까지 보행속도를 낼 수 있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걷는 속도와 같다.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좁은 통로, 문, 계단 등 장애물을 통과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다만 한계가 있었는데, 로봇을 착용하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 교수는 “로봇을 입고 나면 혼자 걸을 수 있는데 로봇을 입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에 집중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크온슈트 F1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휠체어에서 지팡이로 무선 신호를 보내면 워크온슈트 F1이 자동으로 다가온다. 다른 웨어러블 로봇과 달리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착용샷을 보면 마치 로봇이 스스로 걸어와 사용자에게 안기는 것 같은 모습이다.
워크온슈트 시리즈 중 기능도 가장 뛰어나다. 직립 상태에서는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팡이 없이 수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균형 제어 성능이 향상됐다. 장애물 감지를 위한 비전,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AI 보드 등을 적용한 것이 비결이다. 2018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가 생겨 재활치료를 해온 김 연구원은 “지팡이 없이 선 채로 비장애인과 마주 보며 얘기할 수 있다는 게 큰 감동”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핵심부품인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을 전부 국산화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연구팀은 모터와 감속기 모듈의 출력밀도는 기존 연구팀의 기술에 비해 약 2배 모터드라이버의 제어 성능은 해외 최고 기술 대비 약 3배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세상의 모든 보행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17년째 로봇 연구를 해왔다. 그는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와 의기투합해 LG전자 투자를 받아 재활로봇제작기업 엔젤로보틱스를 2017년 설립했다. 보행장애를 겪는 이들을 위한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서였다. 현재 회사는 재활치료 및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전국적으로 보급 중이다.
엔젤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공 교수는 “누구나 하루 아침에 보행 장애를 겪을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공 교수는 개발한 워크온슈트 F1으로 오는 27일 개최가 예정된 ‘’제3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출전해 해외와 기술력을 겨룰 예정이다. 이 대회는 장애인을 위한 생체 공학 보조 장치 경진대회다. 공 교수 연구팀은 2020년 열린 제2회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바 있다. 4년 만에 열리는 이 대회에 전체 26개국의 71개 팀이 참여하며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선 네덜란드와 스위스, 그리스 등의 7개 팀이 겨룬다. 공 교수 연구팀의 박정수 연구원이 주장으로, 김승환 연구원이 선수로 참가할 예정이다.
박 연구원은 ”워크온슈트 F1은 로봇이 스스로 걸어와 타인의 도움 없이 신체와 결합할 수 있는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이라며 ”이미 지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는 순위 경쟁보다는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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