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찍어도 판독할 의사가 없다…의료 취약지 지원, 여전히 '골골'

강나현 기자 2024. 10. 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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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농어촌 지역엔 CT나 MRI를 찍어도 정작 판독할 의사가 없어 응급 환자 대응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것을 해결하겠다며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언제 중단될지 모를 위기라고 하는데, 강나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영상의학과, 응급실에 실려 온 60대 여성의 뇌 CT 영상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성동욱/영상의학과 전문의 : 이 정도로 까매야 되는데 이게 다 하얗게 된 건 피가 찼기 때문에, 이건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빨리 원인을 찾아야 됩니다.]

CT를 찍은 곳은 강원도 정선의 병원인데, 판독할 전문의가 없어 급히 영상을 보낸 겁니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2017년부터 전국의 '의료 취약지역' 응급실에 영상 판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4200여 명 가운데 취약지에서 일하는 사람은 4%대에 불과하고 그마저 23곳은 한 명도 없을 만큼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판독을 맡겠다 나서는 병원도 없는 상태입니다.

전문의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1년에 4억 원 수준 예산으론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이 불가능한 겁니다.

결국 서울 소재 병원 1곳에서 전문의 1명이 12시간 당직을 서는 식으로 1년에 약 1만 2천 건의 판독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성동욱/영상의학과 전문의 : 일이 많다 보면 실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예산이 부족해서) 자체 의원에서 수입 나는 걸로 (전문의에게) 보상을 하는 실정이긴 하지만…]

취약지 판독을 총괄하는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이를 관리하는데 서버가 오래돼 고장이 잦습니다.

CT 전송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고쳐야 하는데 수리비도 부족해 내년 9개월 밖에 버티지 못합니다.

[소병훈/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 지역의료 살리겠다면서도 정작 취약지역 지원엔 소홀한 실정입니다. 의료공백 사태까지 겹쳐서 의료 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확실한 지원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 운영 주체인 보건복지부는 내년에도 사업비를 늘리지 못했습니다.

[영상취재 정재우 김대호 이현일 / 영상편집 유형도 / 영상디자인 곽세미 / 취재지원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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