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HBM 이어 CXL 시대 온다…삼성·SK, AI 패권다툼 새 전장
기술경쟁 본격화… 2028년까지 21.7조 규모 성장 예상
삼전, 업계 첫 '메모리 풀링'… 서버운영비 절감 효과
SK하닉 'HMSDK', 리눅스에 탑재로 SW경쟁력 입증






차세대 AI 솔루션 등장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은 반도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달성 중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반도체 겨울론'에 가까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잇따라 AI 반도체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범용 반도체 전망에 대해선 '겨울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당분간 AI 반도체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범용 반도체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HBM에 이어 CXL(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시장이 차세대 AI 솔루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I 반도체 전장이 CXL 시장으로 넓어질 것이란 의미다.
◇ AI 반도체 시장, 넥스트 HBM은 'CXL'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을 넘어 다양한 AI 반도체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이 중 차세대 HBM으로 평가받는 것은 '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술이다. CXL은 '빠르게 연결해서 연산한다'는 의미로 중앙처리장치(CPU)와 시스템온칩(SoC), 그래픽처리장치(GPU),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등 여러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CXL의 효용성은 업계에서 공감하고 있지만 그간 시장 확산은 더뎠다. CXL 메모리는 이미 있었지만, 이를 지원할 프로세서인 CPU와 GPU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올해를 기점으로 대대적이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은 세계 CXL 시장 규모가 지난해 1400만달러(약 190억원)에서 2028년 160억달러(약 21조7000억원)로 예상했다. CXL은 시장 개화가 임박하면서 주도권을 쥐려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반도체 업계는 CXL을 넥스트 HBM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CXL 기반의 D램인 CMM-D(CXL Memory Module-DRAM)는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대용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말한다. 이는 D램의 용량 및 성능 확장 한계를 개선할 수 있어 AI 시대에 걸맞는 차세대 솔루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수요와 발달이 가속화 되면서 AI 학습, 추론 데이터 처리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기존 서버에서 사용하던 D램은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AI 기술이 발전할 수록 대규모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의 중요성이 커지는데, 기존 D램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고속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용량 확장이 용이한 CXL 기반 D램 제품이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으로 각광 받고 있다.
CXL D램 솔루션을 활용하면 기존 D램과 공존하며 시스템 내 대역폭과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이 같은 솔루션은 폭발적인 데이터 처리가 요구되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데이터센터나 서버의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서버를 증설해야 했다. 그러나 CXL 솔루션을 이용하면 기존 서버에서 SSD를 꽂던 자리에 그대로 CMM-D를 꽂아 사용하면 편리하게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 차세대 AI 반도체 패권다툼 시작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업계 최초 CXL 기반 D램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업계 최고 용량 512GB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CXL 기반 D램인 CMM-D, D램과 낸드를 함께 사용하는 CMM-H(Hybrid), 메모리 풀링 솔루션 CMM-B(Box) 등 다양한 CXL 기반 솔루션도 선보였다. 또 올해 2분기 CXL 2.0을 지원하는 256GB(기가바이트) CMM-D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리눅스 업체 레드햇으로부터 인증받은 CXL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CXL 관련 제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서버 전 구성 요소를 삼성 메모리 리서치 센터에서 검증할 수 있다.
특히 작년 5월 개발 완료한 삼성전자의 'CXL 2.0 D램'은 업계 최초로 '메모리 풀링(Pooling)' 기능을 지원한다. '메모리 풀링'이란 서버 플랫폼에서 다수의 CXL 메모리를 묶어 풀(Pool)을 만들고, 각각의 호스트가 풀에서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하면 CXL 메모리의 전 용량을 유휴 영역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데이터 전송 병목현상이 줄어든다.
데이터센터에서도 효율적인 메모리 사용으로 서버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총 소유 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절감이 가능하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CXL 컨소시엄을 결성한 15개 이사회 회원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이사회 멤버로 선정돼 CXL 기술의 고도화 및 표준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CXL 컨소시엄은 CXL 표준화와 인터페이스의 진화 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는 협회를 말한다. 삼성전자와 알리바바 그룹, AMD, Arm, 시스코 시스템즈, 델 EMC, 구글,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 화웨이, IBM, 인텔, 메타, MS, 엔비디아, 램버스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이사회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CXL 컨소시엄 발족 초기부터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서버, 칩셋, 메모리 업체 등과 함께 CXL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CXL 기술 개발과 양산에 적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HBM에 이어 CXL에서도 AI 반도체 기술 우위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 PCIe 5.0 및 1a나노 DDR5 24Gb을 사용한 96GB CXL 메모리 샘플을 개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업계 최초로 CXL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포함시킨 컴퓨테이셔널 메모리 솔루션(CMS)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8월 CXL 2.0 메모리를 소개했으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시스템 연동을 체크하는 이네이블링(인증)을 진행,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현재 96GB, 128GB 용량의 CXL 2.0 메모리에 대한 고객사 인증을 진행 중이며 연말 양산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리눅스 업체와 협업하고 있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전체 리눅스 생태계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CXL 메모리 구동 최적화 소프트웨어인 'HMSDK'의 주요 기능을 세계 최대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인정받은 것이란 평가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리눅스를 기반으로 일하는 세계 개발자들이 CXL 메모리를 이용할 때 SK하이닉스의 기술을 업계 표준으로 삼게 돼 향후 글로벌 협력을 해나가는 데 있어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서 열린 '제17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CXL은 고객사 요구에 맞춰 제품을 내놓고 있다. 내년쯤 되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팹리스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파네시아는 내년 하반기 CXL 스위치를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CXL 스위치는 CPU·GPU와 메모리 간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로, CXL 기반 AI 컴퓨팅 환경의 핵심 요소로 손꼽힌다. 파두 자회사 이음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CXL 스위치를 개발하고 있다. CXL이 HBM과 함께 서버·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기대감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 CXL 외 가성비인 '칩렛'·'PIM' 기술도 주목
CXL 외에도 업계에선 HBM을 대체할 기술로는 '칩렛'도 주목받는다. 칩렛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반도체를 하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여러 반도체가 나눠서 하는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도록 '패키징'하는 기술이다. 많은 반도체를 공급받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준다. 이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최고를 자랑하는 제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캐나다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내년에 인공지능(AI) 칩렛 '퀘이사'를 출시할 예정이다. 새롭게 개발되는 D램들이 HBM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전력 D램(LPDDR)이나 그래픽용 D램(GDDR6)을 HBM을 대신해서 AI칩에 탑재하는 회사들의 도전도 주목받고 있다.
프로세싱인메모리(PIM)에 대한 기대도 높다. PIM은 CPU, GPU 등 프로세서가 수행하는 연산 기능 일부를 메모리 내부에서 처리하는 D램이다. 하지만 현재는 HBM을 대체할 별도의 기술이라기보다는 HBM의 기능을 일부 도와 성능을 높여주는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해 AI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간 것은 HBM 이었지만, 내년부터는 CXL 등으로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펩리스 업계도 가세해 AI 반도체 패권 다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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