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내 직감은 트럼프, 믿지는 말라”
예전만 못하다 해도 여전히 ‘선거 족집게’로 명성이 높은 네이트 실버의 ‘촉’에 다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박빙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미 대선 향방이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그런 실버가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내 직감은 트럼프”라고 밝혔다. 그런데 단서를 하나 달았다. “하지만 나는 물론 누구의 직감도 믿지 말라.”
실버는 버락 오바마와 존 매케인이 맞붙었던 2008년 미 대선에서 50개 주 중 49개 주의 결과를 정확히 맞히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어쩌다 얻어걸린 우연은 아니었다. 2012년 대선 때도 오바마의 승리는 물론 50개 주의 모든 결과를 맞혀 ‘예측의 신’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표심은 숫자가 아니고, 예측은 예언이 아니다. 그의 분석은 2016년 대선에서 크게 빗나갔다. 71%의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였다. 다른 전문가들의 확률(85~99%)보다 조금 낮았다는 것이 그로선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첨예해진 양극화로 인해 미 대선이 점점 더 근소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상황에서, 특히 이번 선거 전망은 종잇장 차이를 예측해야 하는 수준이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의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를 불과 12일 앞두고 다시 트럼프의 근소한 우위로 돌아섰다.
하지만 실버는 이제 ‘트럼프’라는 자신의 직감조차 믿지 않는다. ‘샤이 트럼프’를 간과했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혹시 조사 결과를 트럼프에 유리하게 잘못 보정하진 않았을까. ‘여성 흑인’ 대통령을 반기지 않으면서도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거짓 응답을 한 유권자를 간파하지 못한 건 아닐까.
실버는 자신의 전제에 얽매여 그것이 맞다는 걸 설명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미래 예측의 오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틀릴 가능성 때문에 예측할 수 있는 것까지 예측하지 않으려는 두려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실버조차 “나를 믿지 말라”는 이번 선거 결과는 과연 어떻게 나올까. 현재 우리가 아는 것은 해리스와 트럼프, 둘 중 누가 돼도 놀라진 않을 거라는 사실뿐이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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