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확성기 소음 유감

2024. 10.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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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약속이 있어 이르게 나선 퇴근길에 확성기를 통해 귀에 익은 운동가요가 들려왔다.

대로 건너편 한 대기업이 입주한 건물 쪽에서 나오는 확성기 노랫소리였다.

필자 추측으로는 그날 확성기를 통해 운동가를 틀어놓고 집회하던 사람들은 그 대기업에 민원을 제기한 외부인들이거나 근로자들이었을 것 같다.

집회 주최자의 입장에서는 확성기로 운동가요나 녹음된 연설을 틀면 얼마나 편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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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약속이 있어 이르게 나선 퇴근길에 확성기를 통해 귀에 익은 운동가요가 들려왔다. 대로 건너편 한 대기업이 입주한 건물 쪽에서 나오는 확성기 노랫소리였다. "친구여, 가자 가자 자유 찾으러…." 대학 시절 많이 들어 귀에 익숙한 운동가요가 이번에는 전혀 정겹지 않고 귀만 괴로울 따름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즐거운 퇴근길에 원치 않는 노래를 좋지 않은 음질의 확성기를 통해 강요당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차 소리, 사람들 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루니 더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대학에서 헌법 강의를 들을 때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견해와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이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필수적인 권리라고 배웠다. 특히 사회적 약자일 경우에는 더 그럴 것이다.

필자 추측으로는 그날 확성기를 통해 운동가를 틀어놓고 집회하던 사람들은 그 대기업에 민원을 제기한 외부인들이거나 근로자들이었을 것 같다. 분명 사회적 약자다. 당시 길 건너 보기에 그 약자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어떻게든 알리고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확성기를 통할 수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육성이 아니고, 녹음된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집회 주최자의 입장에서는 확성기로 운동가요나 녹음된 연설을 틀면 얼마나 편리한가. 집회에 사람들이 적게 모여도 상관없고, 굳이 목청을 높일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확성기의 노래가 소음 이외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자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말이나 연설을 해야지, 노래를 재생할 것이 아니다. 노래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결의를 다지는 수단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결의를 다지게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필자에게는 집회 현장에서 확성기로 노래를 트는 것은 민원의 상대방을 괴롭히고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를 가진 행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녹음된 연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의 이전 직장은 수원 본사인데, 그곳에도 확성기를 통해 녹음된 노래와 연설을 하는 시위자들이 있었다. 기업노조인지 상급노조인지 모르겠지만, 확성기를 틀어놓고 시위를 하였다. 점심 때 산책을 나가서 소리가 나는 쪽을 보면 모인 사람들도 없다. 그냥 확성기만 틀어놓는 것이었다. 운동가나 연설이 나오는데, 연설도 녹음된 목소리 같았다. 확성기 소리가 명확지 않아 옆에 가서 연구하는 심정으로 듣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이쯤 되면 회사를, 아니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셈이었다. 요구사항도 모르겠고, 그냥 들으면 괴로울 따름이었다. 주위에는 아파트 등 주거단지도 있어 낮에 집에 있는 사람들도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 표현의 자유는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펼 수 있는 권리이지, 그 한계를 넘어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이런 고통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반인에게까지 미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권과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인권과 권리도 생각해주는 미덕이 필요한 시대다.

[이종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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