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우크라 통해 북괴군 폭격하자”···신원식 “넵” 문자 포착
신 안보실장 “챙기겠다, 오늘 대책회의”
우크라에 연락관 파견 두고 “그리 될 것”
한 의원 “사적인 차원 대화” 해명
야당의원들 “신종 북풍몰이” 비판
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입히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안하는 휴대전화 메시지가 24일 포착됐다.
이데일리가 이날 포착한 한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에는 한 의원이 군 후배인 신 실장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가 담겼다. 한 의원은 이 대화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보냈다. 우크라이나군으로 하여금 러시아군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며 “오늘 긴급 대책회의를 했다”고 답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북한 특수부대원이 러시아군에 현재까지 약 3000명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총 파병규모가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의원은 또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 (파견)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호응했다. 한 의원은 지난 17일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에 1만 명 이상 파병돼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으로 참관단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연대해서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모니터링하는 요원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단계적 조치의 하나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우크라이나 현지 연락관 파견에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야당 국방위원들은 한 의원과 신 실장의 대화 내용을 두고 ‘신북풍공작’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자국 병사에 대한 선전포고로 문제 삼으면 우크라이나에서 끝나지 않고 한반도 남북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상호보복전투가 이어지게 되면 이를 초래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어리석나”라고 말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안보사령탑이 은밀하게 나눈 대화가 대한민국 안보체제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신윤석열체제판 북풍”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사적인 대화 차원에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이라며 “확대해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정부방침이나, 지금 (정부가)나아가고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 확대해석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후 신상발언을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는 한 마디도 못하는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악마화하는데 제가 봐서는 가소롭다”면서 “제 개인의 생각을 전달한 것이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심리전’을 언급한 것을 두고는 “심리전에 당연히 이용해야 한다”면서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분들이, 군사용어도 모르는 분들이 심리전이라고 하니까 ‘전쟁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한 의원의 발언에 반발하면서 국감은 3시간 가량 중단됐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항의 차원에서 국감에 불참했고, 여당 의원들만 국감을 추가 진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신종 북풍몰이’”라며 “국민의힘은 즉각 전쟁을 조장한 한 의원을 제명하고, 대통령실은 신 실장을 즉각 해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며 “그렇다 하여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개인의 텔레그램 대화를 정치적으로 악마화하고 있다”며 맞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도대체 어디서 무얼 보고 소설을 쓰고 계시냐”며 “그 동안 북한 정권의 ‘선전전’에 얼마나 현혹당한 거냐”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영향 공작’(적을 우호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선전전)에 휘둘리고 이용당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적과 아군을 분명하게 구분해 행동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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